병원과 남편: 흰 복도 끝에서
병원 복도의 형광등 불빛이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았다. 삼 년째 매일 아침 여덟 시, 저녁 일곱 시에 반드시 이 복도를 걸었다. 간호사들은 이제 내 얼굴을 알아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환자 보호자들 사이에서 내가 일종의 전설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저 여자 남편은 움직이지도 못해. 그래도 하루도 빠진 적 없대.'
오늘도 나는 남편의 병실 문을 열었다.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그의 손을 잡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은행나무 잎이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세 번째 가을이었다.
"오늘은 지하철에서 우리 결혼식 때 축가 부른 노래가 나왔어요. 기억나요? 당신이 그 노래만 나오면 어깨를 들썩이던 것."
그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의사들은 의식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그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믿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병실 문이 열리고 주치의가 들어왔다. 그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MRI 결과가 나왔습니다."
의사의 말은 마치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왜곡되어 들렸다. 뇌 활동이 더 감소했다는 것, 회복 가능성이 이제는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말.
"결정하실 시간이 필요하시겠죠."
의사가 나가고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틀에 앉은 새 한 마리가 나를 바라보다 날아갔다. 자유롭게.
그날 밤, 병원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시며 우리의 사진첩을 넘겼다. 등산하던 모습, 제주도 여행, 옥상에서 바베큐 파티하던 날. 마지막 페이지에는 사고 전날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활짝 웃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병실 문을 열기 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병실은 여전히 조용했고, 심장 박동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남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이제는 당신을 보내줄게요."
간호사를 호출하는 버튼을 누르고 창가에 앉았다. 병원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이 유난히 맑았다. 오늘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세 번의 가을이 지나고, 나는 마침내 이해했다. 때로는 사랑이 붙잡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임을. 그리고 병원의 흰 복도를 마지막으로 걸어나가며, 나는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결혼 서약의 의미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