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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래

병원의 노래: 백색 복도에 울려 퍼지는 멜로디

병원 복도 끝에서 노래가 들려왔다. 새벽 세 시, 중환자실 당직 근무 중이던 나는 그 소리에 펜을 떨어뜨렸다. 이 시간에 누가 노래를 부르는 거지?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하얀 복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형광등 불빛 아래 모든 것이 창백했지만, 그 노래만큼은 따스했다.

304호실 앞에 도착했을 때, 노래는 더 선명해졌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건 내가 의대생 시절 좋아했던 발라드였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말기 폐암 환자인 김 할아버지가 산소 마스크를 벗고, 침대 옆에 앉은 간병인 할머니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거친 숨소리 사이로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할머니의 떨리는 음색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선생님..." 할머니가 나를 발견하고 노래를 멈췄다. "죄송해요, 시끄럽게 해서. 오늘이 저희 결혼 60주년이라..."

차트를 확인했다. 김 할아버지는 이번 주 안에 산소 마스크 없이는 5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예후였다. 그런데 지금 할아버지는 마스크 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 노래... 저도 알아요." 내가 말했다. "두 분이 처음 만났을 때 부른 노래라고요?"

할머니의 눈이 반짝였다.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느낌이요." 사실 나는 몰랐다. 그저 병원에서 10년을 일하며 본 수많은 부부들의 패턴이었다. 특별한 날, 그들은 항상 처음으로 돌아가려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딱 예순 해 전 오늘이었어." 할아버지가 힘겹게 미소 지었다. "그때 불렀던 노래가 지금도 생생해. 이 병원에 입원한 지 석 달째인데, 처음으로 숨쉬는 것 같아."

나는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한다고 권하려다 말았다. 대신 문 앞에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걸었다. 의사로서는 무책임한 행동이었지만, 인간으로서는 해야 할 일이었다.

그날 밤 나는 간호사들에게 304호실 체크를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을 때,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잡은 채 평화롭게 떠났다. 가슴에 청진기를 대보니 심장 박동은 멈췄지만, 귀를 가까이 대자 희미하게 노래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요즘도 가끔 병원 복도를 걸을 때면, 특히 새벽 세 시경, 304호실 앞을 지날 때면 그 노래가 들리는 것 같다. 의학은 생명을 연장할 순 있어도, 살아있는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랑과 노래와 같은 것들이 아닐까. 백색 소음으로 가득한 병원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항상 그날 밤의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