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학교: 미래의 의사들이 배우는 곳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병원이라면 으레 풍기는 소독약 냄새가 아닌 책과 젊음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여기는 병원인 동시에 대학교였다. 아니, 정확히는 대학교인 동시에 병원이었다.
"윤재호 학생, 맹장 절제술 시뮬레이션 점수가 또 만점이네요. 실제 수술방에서도 그 실력 보여줄 수 있겠어요?"
김 교수의 말에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가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나는 이미 수백 번의 실제 수술을 집도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이 세계에서의 일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병원 대학교'는 의학 교육의 혁신이라 불렸다. 학생들은 1학년부터 실제 환자를, 물론 감독하에, 진료하고 치료했다. 이론과 실습의 경계가 없었다. 우리는 배우면서 치료했고, 치료하면서 배웠다.
하지만 나에게 이곳은 두 번째 인생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외과의였던 나는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가, 이 젊은 의대생의 몸으로 돌아왔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그것이 내 현실이었다.
"재호야, 오늘 응급실 실습 같이 가자." 룸메이트 민수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구급차 사이렌이 울렸다. 다발성 외상 환자. 담당 레지던트가 당황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앞으로 나섰다.
"기흉입니다. 바로 흉관 삽입이 필요해요." 내 확신에 찬 진단에 레지던트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넌... 어떻게?"
환자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지금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이 환자는 사망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 비밀이 드러날 것이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레지던트에게 속삭였다. "저를 믿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날 밤, 병원 대학교의 전설이 탄생했다. 2학년 학생이 완벽한 응급 처치로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김 교수가 나를 그의 사무실로 불렀다. "재호 학생, 자네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군."
나는 침묵했다.
"자네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묻지 않겠네. 다만 자네의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김 교수의 눈빛에서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의 다음 말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자네만이 아니야. 이 병원 대학교에는 자네와 같은 '귀환자'들이 더 있다네."
창밖으로 보이는 캠퍼스에는 평범한 의대생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몇몇은, 나처럼,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영혼들일지도 모른다. 이 병원 대학교는 단순한 교육 기관이 아니라, 과거의 지식을 미래로 전달하는 다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