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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로맨스

병원 로맨스: 진단 불가능한 마음

사람들은 병원을 죽음의 장소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응급실 당직이 끝나갈 무렵, 붉은 혈흔이 묻은 하얀 코트 차림으로 나는 그녀를 마주쳤다. 신경외과 전문의 한지민 박사.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은 내 심장을 CT 스캔하듯 꿰뚫어 보았다.

"김 전공의, 3번 병상 환자 상태는 어때요?" 그녀의 목소리는 병원 복도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에서도 따뜻하게 울렸다. 소독약 냄새와 커피 향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나는 그녀의 향기만을 구별해냈다.

우리는 매일 생과 사의 경계에서 춤을 추었다. 그녀가 수술실에서 나올 때마다 땀에 젖은 이마를 닦아주는 것이 내 일상이 되었다. 12시간 수술 후에도 단정한 그녀의 모습은 병원의 모든 의사들이 우러러보는 존재였다. 하지만 나만이 알고 있었다 - 그녀가 병원 옥상에서 홀로 울 때의 모습을.

"사람을 살리는 일이 이렇게 외로울 줄 몰랐어요." 어느 날 밤, 그녀는 내게 속삭였다. 손목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우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응급실에서,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봉합했다.

사랑은 병원 차트에 기록되지 않는 유일한 질환이었다. 환자 상태를 논의하는 척하며 나눈 시선들, 약물 처방전을 건네며 스친 손끝의 전율, MRI 판독실 어둠 속에서 나눈 첫 키스. 우리의 사랑은 진단서에 쓰여진 적 없는 희귀 증상처럼 번져나갔다.

그러나 모든 질병에는 위기가 있는 법이다. 그녀의 해외 연수 발령이 났을 때, 우리의 관계는 중환자실에 실려 갔다. "1년만 기다려줘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의사로서 알고 있었다 - 시간은 가장 잔인한 의사라는 것을.

출국 전날 밤, 비어있는 병동을 거닐던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교통사고 환자를 함께 살려냈다. 피투성이 손을 맞잡고 기적을 만들어낸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의 사랑은 병원 이상의 것이라는 걸.

오늘, 그녀가 떠나는 날. 나는 그녀의 가운 주머니에 처방전을 남겼다. 약물명 대신 '당신 없인 살 수 없습니다'라는 진단과 함께.

병원 로비에 서서 그녀의 택시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생각한다. 사랑이란 결국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만성질환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때로는, 아프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증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