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맛집: 치유의 레시피
나는 평생 남의 몸을 고쳐주는 의사였지만, 내 영혼의 갈증은 채우지 못했다. 그날 밤 응급실 당직이 끝난 후, 병원 지하 구석에 있다는 소문의 그 식당을 찾아 내려갔다.
형광등 불빛 아래 번호표를 뽑자 간호사복을 입은 노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어떤 치료가 필요하세요?" 이상하게도 그녀는 청진기 대신 숟가락을 목에 걸고 있었다. 병원 지하에 맛집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런 식의 '치료'는 예상치 못했다.
"전 괜찮습니다. 그냥 끼니를..." 내 말을 자르며 그녀는 내 손목을 잡았다. 의사인 내가 놀랄 정도로 정확하게 맥을 짚는 손길이었다.
"당신, 오늘 세 명의 환자를 잃었군요. 특히 마지막 아이가..." 그녀의 말에 나는 얼어붙었다. 그 정보는 아무도 모를 터였다. "어떻게..."
대답 대신 그녀는 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병원 카페테리아와는 전혀 다른, 오래된 한옥 내부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십여 개의 테이블마다 다양한 직종의 의료진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음식에 집중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내 앞에 놓인 그릇에서는 고소한 육수 향이 피어올랐다. 한 숟가락 떠먹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치 오늘 내가 살리지 못한 열두 살 소녀의 마지막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두 번째 숟가락에선 그 아이 어머니의 절규가, 세 번째엔 내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모두 상처가 있어요. 우리는 그 상처에 맞는 음식을 내놓을 뿐이죠." 노부인이 말했다. "당신의 실패, 죄책감, 한계... 그것들을 모두 맛보세요. 삼키지 말고, 충분히 씹어보세요."
그릇 바닥이 드러날 때쯤, 이상하게도 가슴이 가벼워졌다. 테이블을 둘러보니 여러 의료진들의 눈에도 같은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우리는 매일 생과 사의 경계에서 싸우지만, 그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곳은 없었다. 이곳 말고는.
계산대에서 노부인은 금액을 말하는 대신 처방전 같은 종이를 건넸다. "다음 번엔 어떤 아픔을 가져오든, 반드시 당신의 성공도 함께 가져오세요. 그것도 맛봐야 온전히 치유됩니다."
오늘도 힘든 수술을 마치면 나는 그 지하 맛집으로 향한다. 가끔은 환자들에게도 살짝 알려주곤 한다. 약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는 환자들에게만. 처방전에 적힌 "병원 지하 2층, 맛으로 치유하는 곳"이란 주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