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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보드게임

병원 보드게임: 생존의 주사위

주사위가 내 손바닥 위에서 멈췄을 때, 세상의 모든 것이 정지했다. 숫자 6. 내 차례에 나온 가장 높은 숫자였지만, 이곳에선 그것이 축복이 아니었다. 중환자실 6번 병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였으니까.

"김태우 선생, 이동해요. 규칙은 규칙이니까." 신경외과 과장 박정훈의 목소리는 차갑게 울렸다. 형광등 불빛 아래 놓인 거대한 병원 평면도 보드게임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이 되어 있었다.

병원 내 인력 부족 사태가 극에 달했던 그날, 박정훈 과장이 의국에 들고 온 것은 '생존의 주사위'라는 이름의 보드게임이었다. "오늘부터 당직과 병상 배정은 이걸로 정합니다. 공정하지 않나요?" 그의 웃음소리에 숨겨진 광기를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환자실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심전도 기계의 일정한 비프음이 귓가를 울렸다. 6번 병상으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곳엔 말기 간암 환자였던 김영호 씨가 누워있었다. 그는 열흘 전부터 혼수상태였고, 가족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고려 중이었다.

"보드게임의 다음 규칙은..." 박정훈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담당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개선시켜야 합니다. 실패 시 다음 게임에서 불이익이 있습니다."

의국에 모인 레지던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창백했다. 누군가는 수술 예약이 꽉 찬 척추외과로, 다른 누군가는 항상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응급실로 배정받았다. 모두가 보드게임의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김영호 씨의 차트를 들여다보며 나는 땀을 흘렸다. 그의 생체 신호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내일 게임에서 패배하면, 나는 일주일간 야간 당직을 서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앞의 생명이었다.

그날 밤, 나는 김영호 씨의 약물 투여량을 조정했다. 교과서에 없는, 위험한 조합이었지만 마지막 시도였다. 그리고 새벽 3시, 기적처럼 그의 활력징후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자 의국은 다시 보드게임 앞에 모였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박정훈은 특별한 주사위를 건넸다. "특별 업적 달성이군요. 이 주사위로 한 번 더 기회를 얻습니다."

그 주사위에는 숫자가 없었다. 모든 면에 쓰여 있는 것은 단 하나의 문장뿐이었다. '게임을 그만둘 권리'.

나는 주사위를 던지지 않고 박정훈에게 되돌려주었다. "과장님, 환자는 게임의 말이 아닙니다." 의국이 숨죽인 가운데, 나는 최초로 보드게임의 규칙을 거부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승리였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깨닫는 순간이었다. 병원 복도에서 들려오는 김영호 씨 가족들의 웃음소리는, 어떤 게임의 승리보다 값진 보상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