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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스트레스

병원의 흰 벽, 스트레스의 검은 그림자

간호사 김민지는 다섯 번째 알람을 끄며 눈을 떴다. 병원 천장이 갈라진 벽처럼 그녀의 마음도 금이 가 있었다. 오늘도 응급실 당직이었다.

병원 로비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소독약 냄새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커피 향이 묘하게 섞여 민지의 코를 찔렀다. 하얀 벽과 반짝이는 바닥, 소독약 냄새는 언제나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를 상기시켜 주었다. 여기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 그녀의 스트레스가 형태를 갖추는 곳이었다.

"김 간호사, 3번 침대 환자 활력징후 다시 체크해요. 그리고 5번 환자 검사 결과 아직 안 나왔어요?"

수석 간호사의 목소리는 항상 그렇듯 날카로웠다. 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9시, 이미 그녀의 목덜미는 땀으로 축축했고, 코피가 또 나오려는 듯 코 안이 화끈거렸다.

점심시간, 겨우 15분이 주어졌다. 민지는 병원 뒤편 계단에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문득 시계를 보니 이미 7분이 지나 있었다. 허겁지겁 음식을 삼키며 그녀는 어제 본 스트레스 관리 앱을 열었다. '하루에 한 번 깊게 숨쉬기' 라는 알림이 떠 있었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려는 순간, 호출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급히 도시락을 덮고 달려가는 길에 그녀는 생각했다. '나의 스트레스를 관리할 시간조차 없는 것이 내 스트레스의 원인인데.'

오후 3시, 응급 수술이 들어왔다. 교통사고. 20대 남성. 혈압 80/40. 산소포화도 급감. 민지의 손은 빠르게 움직였다. 이런 순간만큼은 그녀의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오직 환자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 긴장이 풀리자마자 민지의 몸은 비명을 질렀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창백한 얼굴에 핏줄이 도드라진 눈이 그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김 간호사님?" 후배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민지는 미소 지었다.

"응,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퇴근 시간이 지나고도 민지는 병원을 떠나지 못했다. 차트 정리, 인수인계, 그리고 내일을 위한 준비. 병원의 시계는 그녀만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밤 11시, 마침내 병원을 나서는 순간 민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하기도 전에 그녀는 알아챘다. 병원이었다.

"네, 김민지입니다."

"민지씨, 미안한데 내일 아침 일찍 올 수 있어요? 정연이가 갑자기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잠시 침묵 후, 민지는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서 있는 병원 앞,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정신과 예약 카드였다. 세 번이나 취소했던 예약. 병원에서 모든 환자를 돌보면서도,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 민지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카드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도 그녀의 스트레스는 흰 가운 주머니 속에, 내일의 병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