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썸타기: 살을 에는 소독약 냄새 속에서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살을 에듯 코끝을 찔렀다. 응급실 당직의 마지막 날, 나는 벌써 서른 두 시간째 눈을 붙이지 못했다. 그때 유리문이 열리며 들어온 그녀는 왼손에 피가 흥건한 수건을 감고 있었다.
"요리하다가 다쳤어요,"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손가락이 거의 반쯤 잘린 상태인데도. 내 피곤함은 그 순간 증발했다.
봉합 과정 내내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통증에 눈을 질끈 감아야 할 때조차 떼지 않았다. 마지막 실밥을 매듭짓고 성명을 물었다.
"서유진입니다. 선생님은요?"
"김준우예요. 주의사항 알려드릴게요."
정식 절차는 간호사가 진행하는 것이지만, 나는 직접 드레싱 방법을 설명했다. 소독약 냄새가 이제는 달콤하게 느껴졌다. 처방전을 건네며 일부러 손을 스쳤고, 그녀는 알아챘다는 듯 미소지었다.
그 다음 주에도 그녀는 나타났다. 실밥 제거 날짜보다 사흘이나 이른 시점이었다.
"상처가 아픈가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괜찮은데..." 그녀가 머뭇거렸다. "사실 병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우리의 '썸'은 그렇게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저녁, 우리는 병원 카페에서 만났다. 그녀가 자른 손가락이 완전히 아물 때까지. 공교롭게도 내 레지던트 기간과 맞아떨어졌다.
마지막 수요일,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이제 손도 다 나았는데, 병원 말고 다른 데서 만날까요?"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미안해요. 사실... 저 결혼했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왼손을 보니 반짝이는 결혼 반지가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손가락이 다쳐 반지를 빼놓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내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과 있으면 행복했어요. 그 순간만큼은 내가 누구인지 잊을 수 있었거든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가끔은 아픔도 필요한 것 같아요, 살아있다는 걸 느끼려면."
그날 밤, 나는 모든 차트를 정리하고 병원을 떠났다. 다른 병원으로 발령을 자청했다. 가끔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마다, 나는 그 '썸'이 내게 남긴 상처가 아직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평생 그럴지도 모른다. 의사인 내가 유일하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