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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아내

병원에서 만난 아내: 기억의 환영

병원 복도에서 내 아내를 보았다. 그녀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고, 다른 환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차트를 확인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 아내가 의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녀가 5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내 몸에서 뻗어 나온 튜브들이 천장의 형광등 불빛에 반사되어 흐릿하게 빛났다. 멀리서 심전도 기계의 일정한 비프음이 내 존재를 증명했다. 소독약 냄새와 병원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폐를 채웠다. 그런데 그녀가 거기 있었다. 생생하게.

"여보..." 내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우리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미소지었다. 내가 사랑했던 바로 그 미소였다.

의사가 내 병실에 들어왔다. "김 선생님, 약물 반응은 어떠세요? 환각이나 이상한 경험은 없으신가요?" 나는 아내를 가리키려 했지만, 복도는 이미 비어 있었다. 의사는 내 차트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뇌종양 환자들은 종종 시각적 환각을 경험하곤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날 밤, 그녀는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내 침대 옆에 앉아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환각이 이렇게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 "네가 여기 있어 다행이야," 그녀가 말했다. "널 데리러 왔어."

"당신은 실제가 아니야," 내가 속삭였다. "당신은 5년 전에 바로 이 병원에서 돌아가셨어."

그녀는 슬프게 웃었다. "내가 죽었다고 누가 그래?" 그녀의 손가락이 내 이마의 흉터를 따라 부드럽게 움직였다. "사고 후 기억이 혼란스러운 거야. 당신이 의사였어, 여보. 5년 전 교통사고로 의사 생활을 그만두게 됐지."

나는 숨을 들이켰다. 기억의 파편들이 갑자기 쏟아졌다. 수술실의 밝은 불빛, 내 손에 들린 메스, 그리고 그 끔찍한 사고의 날. 내가 운전했던 차. 아내가 옆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아니었다...

아침이 밝았을 때, 간호사가 내 약을 가지고 왔다. "어젯밤에 혼자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꿈이 생생하셨나 봐요?"

창문 너머로 주차장이 보였다. 거기서 흰 가운을 입은 내 아내가 차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병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눈이 다시 마주쳤다. 이번에는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 순간 이해했다. 내가 의사였던 건지, 그녀가 환자였던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에게 여전히 실재한다는 것. 기억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