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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여행

병원 여행: 모른 채 떠나는 길

병원 천장의 형광등이 깜빡일 때마다 나는 다른 세계로 여행한다. 병실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은 마치 낯선 나라의 별자리처럼 느껴졌다. 삼 년째 같은 병실, 같은 침대, a2-1호실. 나의 여권 번호이자 감옥 번호였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요, 박현우 씨?" 간호사 김소연이 체온계를 들고 들어오며 묻는다. 그녀는 내 유일한 여행 동반자였다. 그녀만이 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오늘은 베니스로 가려고요." 내 대답에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베니스는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좁은 골목길, 곤돌라. 모두 책과 사진으로만 보았던 풍경이었다.

소연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말한다. "출발 시간이 됐네요. 약은 드셨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약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면 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여행 방식이었다. 진통제와 항우울제의 조합은 나를 베니스로, 파리로, 때로는 마추픽추로 데려갔다.

오늘의 베니스는 특별했다. 물 위를 걷는 느낌, 곤돌라의 노젓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오페라 선율. 모든 것이 생생했다. 내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마음은 자유롭게 달렸다.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현우야."

그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했다. 어머니였다. 십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곳에 서 계셨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나의 몸은 떨리고 있었을 것이다.

"왜 자꾸 여기 오니? 네가 갈 곳은 여기가 아니야."

어머니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저는 여행하고 싶어요. 다리가 멀쩡했다면 진짜로 여행할 수 있었을 텐데..."

"네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진짜 세상으로 돌아가렴."

그때 귓가에 소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우 씨, 좋은 소식이 있어요. 새로운 치료법이 승인됐대요. 당신이 다시 걸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눈을 떴을 때, 병실의 천장이 보였다. 소연은 내 손을 잡고 있었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창밖으로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정말인가요?" 내 목소리는 떨렸다.

"네, 정말이에요. 이제 진짜 여행을 준비해야겠네요."

그날 이후로 나는 약으로 떠나는 여행을 그만두었다. 재활 치료는 고통스러웠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졌다. 병원 복도를 걷는 것부터 시작해서, 정원을 한 바퀴 돌고, 마침내 병원 밖으로 나가는 날이 왔다.

퇴원하는 날, 소연은 작은 선물을 주었다. 베니스행 비행기 티켓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제 우리의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때로는 가장 길고 의미 있는 여행이 병원 침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