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주방: 요리와 치유의 경계
병원 지하 주방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이곳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살균제 냄새와 음식 향이 기묘하게 뒤섞인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환자식 주방 책임자가 된 지 일주일째, 하루에 삼백 명분의 식사를 책임지는 무게는 내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정 셰프, 4층 김지연 환자가 또 식사를 거부했습니다." 영양사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폐암 말기 환자로,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미각이 완전히 변해버린 환자였다. 어제는 그저 병실 창가에 홀로 앉아 담요에 몸을 감싼 채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 저녁, 정규 메뉴 대신 특별한 요리를 준비했다. 병원 규정을 살짝 벗어나는 일이었지만, 요리사로서의 본능이 나를 움직였다. 내 할머니가 아플 때 해주시던 단호박 수프, 강렬한 맛보다는 부드러운 위안을 전하는 음식이었다. 수프 위에는 살짝 구운 사과 몇 조각을 띄웠다. 암 환자들에게 종종 금속 맛이 느껴지는 물 대신, 레몬과 민트를 살짝 띄운 물을 따로 담았다.
"이건 메뉴에 없는데요..." 간호사가 의아해했지만, 나는 "특별 처방"이라며 김지연 환자의 병실로 직접 들어갔다.
창가에 앉아있는 그녀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질병이 뺏어간 살로 인해 훨씬 늙어 보였다. 내가 들어가자 무관심한 눈길을 보냈다.
"드셔보시겠어요? 제가 특별히 만들었습니다." 내가 트레이를 내려놓자, 그녀는 처음에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수프에서 올라오는 증기가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하자, 그녀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했다.
"이거... 냄새가 좀 달라요."
그녀가 숟가락을 집어 조심스레 한 모금 떠먹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두 번째 숟가락을 떴다. "맛이... 느껴져요. 희미하지만..."
일주일 후, 김지연 환자의 체중이 500g 증가했다. 한 달 후, 그녀는 주방에 직접 찾아와 손으로 쓴 편지를 건넸다. "당신의 요리가 내 몸보다 먼저 내 영혼을 치료했어요."
병원 행정부는 내 '규정 위반'에 대해 별도 미팅을 소집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준비해간 제안서를 펼쳤다. '치유를 위한 요리: 환자 맞춤형 식단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이었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의료진들이 김지연 환자를 비롯한 여러 사례를 보고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오늘, 병원 7층에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환자들이 직접 요리에 참여하는 '치유의 주방'이다. 가끔은 약보다, 청진기보다, 메스보다 더 필요한 것이 한 그릇의 진심 어린 음식일 때가 있다. 병원과 주방, 의사와 요리사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이곳에서, 나는 매일 맛으로 쓰는 처방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