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자매: 흰 복도 너머의 진실
병원 복도에는 항상 두 종류의 발소리가 있다. 하나는 서두르는 소리, 다른 하나는 머뭇거리는 소리. 나는 오늘도 머뭇거리며 402호실 앞에 선다.
"들어가도 될까요?" 내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들어간다. 대답 대신 희미한 모니터 신호음만이 돌아온다. 병실 문을 열자 소독약 냄새와 함께 창가에 앉은 여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언니는 여전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어때?" 늘 묻는 질문이다. 언니의 병세를 묻는 게 아니라, 그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의례적인 문장. 언니는 대답 없이 창틀에 놓인 생화 한 송이를 매만진다. 백합 꽃잎이 그녀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진다.
"간호사가 오늘은 좀 드셨다고 하더라." 내가 말하자 언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표정. 도수가 높은 안경 너머로 언니의 눈은 여전히 먼 곳을 향해 있다.
침대 옆 서랍에서 빗을 꺼내 언니의 머리카락을 빗어준다. 한때는 윤기가 흘렀던 머리카락이 이제는 희미한 생명력만을 간직한 채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때 언니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는다.
"네가 왜 계속 오니?" 6개월 만에 들어보는 언니의 목소리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빗질을 멈춘다.
"당연히 와야지. 우리는 자매니까."
언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담겨 있다.
"자매..." 언니의 입에서 그 단어가 의문문처럼 흘러나온다. "그래서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니?"
순간 병실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그동안 우리가 조심스럽게 회피해온 그 주제. 1년 전 그날의 기억이 모니터 경보음처럼 날카롭게 울린다.
"언니, 그건 사고였어.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나의 목소리가 떨린다.
"정말 몰랐을까?" 언니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깝다. "내 약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넣은 게 사고였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침대 위로 쏟아진다. 햇살 속에서 언니의 눈동자가 초점을 맞추며 나를 꿰뚫어 본다.
"언니가 엄마의 유산을 독차지했잖아."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나 자신도 놀란다. "난 단지 공평하게 나누고 싶었을 뿐이야."
언니는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맑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병실을 가득 채운다.
"공평? 재미있구나." 언니는 베개 밑으로 손을 뻗어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오늘 아침에 의사가 가져다준 검사 결과야. 내 상태가 호전되고 있대."
나는 그 종이를 바라보며 숨을 죽인다. 언니는 이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내일부터 경찰 조사가 시작될 거야. 네가 사용한 성분이 내 혈액에서 발견됐대."
병실 밖에서 구둣발 소리가 가까워진다. 서두르는 소리. 이번엔 머뭇거리지 않는 발소리. 언니와 나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공포가 없다. 오히려 내 눈에 공포가 깃든다. 문 밖에서 누군가가 노크한다. 우리의 자매 관계는 이제 병원 기록처럼 차갑게 문서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