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추리: 7층의 비밀
병원 복도의 형광등이 깜빡이며 내 그림자를 일그러뜨릴 때, 나는 그 소리를 처음 들었다. 웃음소리였다. 새벽 3시 27분, 중환자실이 있는 7층에서는 들려서는 안 될 소리였다.
나는 야간 당직 간호사다. 오늘은 병상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7층에 올라왔다. 싸늘한 소독약 냄새와 기계음만이 가득해야 할 이 시간, 이 공간에 웃음소리가 울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보고서를 내려놓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구세요?" 내 목소리가 텅 빈 복도에 메아리쳤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간호사 스테이션에 놓인 모니터에 시선이 고정됐다. 702호. 어제 심장 마비로 사망한 환자의 방이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생체신호가 선명하게 뛰고 있었다.
몸의 감각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손바닥에 차가운 땀이 배었고, 귓가에서는 내 심장 소리만이 요란했다. CCTV를 확인했다. 702호 앞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불과 10분 전에는 굳게 닫혀 있었던 문이었다.
용기를 내어 702호로 다가갔다. 문손잡이의 차가운 감촉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문을 열자 병실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만이 텅 빈 병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베개에 찍힌 움푹한 자국. 누군가 방금 전까지 여기 누워있었다는 증거였다.
모니터를 다시 확인했다. 생체신호는 여전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이것은 시스템 오류가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기록이었다. 화면을 유심히 보니 반복되는 패턴이 보였다. 실제 신호가 아닌 루프된 데이터였다.
702호 환자의 차트를 다시 확인했다. 김민수, 47세, 심장마비, 사망시각 02:15. 그런데 특이사항란에 적힌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장기기증 동의, 수술실 8 이송 예정." 대기 명단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수술실 8로 달려갔다. 병원의 가장 외진 곳에 있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수술실이었다. 문 앞에 도착하자 낮은 목소리들이 들렸다. "서둘러요. 바이어가 30분 후에 도착합니다." 문틈으로 보이는 광경에 숨이 멎었다. 환자의 장기들이 특수 용기에 정돈되고 있었다.
증거가 필요했다.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녹화를 시작했다. 그순간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간호사님, 여긴 어쩐 일로?" 돌아보니 항상 친절하던 외과 과장이었다. 그의 수술복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붉은 얼룩이 선명했다.
"보고서를... 잘못 놓고 와서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가 미소지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미소였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의 손이 내 휴대폰이 있는 주머니로 향했다. 나는 그대로 달렸다.
지금도 병원 7층에서는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아무도 그 소리의 주인공을 본 적 없지만, 외과 과장이 휴가를 간 후 병원 지하에서 발견된 다수의 특수 용기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7층 카메라의 사각지대에서, 다음 제보자를 위한 단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