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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취업

병원 취업: 새 생명과 새 시작

병원 복도를 걸을 때마다 마치 시간이 늘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맹세코 내 걸음은 빨랐건만, 입구에서 면접실까지의 거리는 마치 끝없는 터널 같았다. 취업 면접 삼 년 차, 스물아홉 살 정민은 오늘도 굳게 다문 입술로 꿈쩍 않는 운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민 씨, 왜 다른 병원 말고 우리 병원을 선택했죠?" 면접관의 질문은 언제나 그렇듯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준비된 대답과 함께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반쯤은 진실, 반쯤은 연기였다. "이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면접관들의 표정이 한순간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스물아홉 해 전, 나는 이 병원의 응급실에서 태어났다. 택시 안에서 산통을 느낀 어머니, 어쩔 줄 몰라 병원 앞에 택시를 세운 아버지, 그리고 주차장에서 응급실로 어머니를 옮기던 중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기. 그 아기가 바로 나였다. 병원 바닥에서 첫 울음을 터뜨린 아이가, 이제는 그 병원의 취업 면접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면접관들은 잠시 무언가에 감동한 듯했다.

면접은 순조롭게 끝났다. 다음 날,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정민 씨, 합격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됩니다." 병원 행정부 사무직으로 취업하게 된 것이다. 기쁨에 넘쳐 부모님께 전화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목소리는 어딘가 무거웠다. "정민아... 어머니가 어제 쓰러지셨어. 지금 네가 취업한 그 병원 중환자실에 계셔."

첫 출근 날, 나는 행정부가 아닌 중환자실로 향했다. 흰 침대에 누워 창백한 얼굴로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어머니. 의사는 뇌출혈이 심각하다고 했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과 퇴근 후에 어머니를 찾았다.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지만, 악화되지도 않았다.

한 달이 지났을 때, 내 업무 중 하나로 중환자실 환자 데이터 정리가 추가되었다. 어머니의 차트를 넘기다 우연히 발견한 노트. '아들이 태어난 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다니,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구나.' 어머니의 필체였다. 그것은 쓰러지기 전날 어머니가 적어둔 일기의 한 페이지였다.

오래전 이 병원 바닥에서 내가 생명을 얻었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어머니에게 새 생명을 돌려줄 차례였다. 나는 어머니의 주치의를 찾아갔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의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실은... 당신 어머니께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것이죠."

그렇게 나는 병원에서 두 가지 일을 하게 되었다. 낮에는 행정 업무를, 밤에는 어머니의 침대 옆에 앉아 책을 읽어드리는 일이었다. 의사는 이것이 '각성 요법'의 일종이라고 했다. 어느 날 밤, 어머니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셨다. 모든 것이 기적 같았다.

어머니가 퇴원하던 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내가 태어난 병원을 아셨어요?" 어머니는 잠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태어난 곳이 아니라, 네가 태어나게 할 곳을 알았던 거야." 그리고 어머니는 예전에 이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내가 태어나기 위해, 그리고 내가 어머니를 다시 살리기 위해 선택한 이 병원은, 사실 우리 가족의 운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