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패션: 생존의 색
그날의 진료복은 유독 선명한 코발트 블루였다. 병원 복도를 걸을 때마다 눈에 띄게 반짝이는 색이었지만, 김현우 의사는 그 선택이 자신의 생명을 구할 줄은 몰랐다.
서울중앙병원 응급의학과의 당직이 시작된 지 세 시간. 현우는 벌써 열 명의 환자를 봤다. 형광등 아래 하얀 바닥과 벽은 시간이 갈수록 더 차갑게 느껴졌다. 병원의 모든 것은 무채색이었다. 흰색 가운, 회색 의자, 창백한 환자들의 얼굴까지. 그 속에서 그의 코발트 블루 수술복은 마치 회색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 같았다.
"선생님, 지금 내려오셔야 해요. 상태가 위급한 환자가 들어왔어요."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응급실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그리고 입구에 도착한 앰뷸런스에서 한 남자가 내려왔다. 흉부에 깊은 상처가 있었고, 붉은 피가 하얀 셔츠를 물들이고 있었다. 현우는 즉시 그에게 달려갔다.
"GSW, 혈압 80/40, 맥박 약함!" 구급대원이 소리쳤다.
환자의 시선이 현우의 얼굴에서 그의 코발트 블루 수술복으로 향했다. 그때 그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환자는 현우의 수술복을 보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그를 밀쳐냈다. 순간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현우 바로 뒤에 있던 벽에 총알이 박혔다.
경비원이 환자를 제압하는 소리, 간호사들의 비명, 그리고 누군가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느낌.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진료실로 돌아가세요. 당신은 표적이에요." 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속삭였다.
나중에 안 사실은 환자가 사실은 마약 조직의 일원이었고, 현우의 코발트 블루는 경쟁 조직의 상징색이었다는 것. 그가 지난주 패션 잡지에서 본 '이번 시즌 의료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컬러'라는 기사를 따라 구매한 그 수술복이, 마약 조직 간의 전쟁에 그를 끌어들였던 것이다.
회복실에서 깨어난 현우는 병실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봤다. 이제 그는 병원에서 지급한 평범한 하늘색 수술복을 입고 있었다. 평생 무난함을 추구해온 그가 유일하게 도전했던 패션 선택이 거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는 아이러니.
오늘부터 현우는 병원 복도를 걸을 때마다 다른 의사들의 수술복 색깔을 유심히 살피게 되었다. 이 무채색 세계에서, 때로는 색이 말해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그 색이 당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병원의 패션은 단순한 취향이 아닌, 당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위험한 선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