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지하 복도: 호러의 메아리
간호사 송지은이 퇴근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바라보는 순간, 병원 전체가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응급실 당직이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정전에 놀라면서도, 곧바로 비상 발전기가 작동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30초, 1분, 2분이 지나도 어둠은 계속됐다.
"비상 발전기가 왜 작동을 안 하지?" 지은은 휴대폰 불빛을 켜며 중얼거렸다. 응급실에 있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불안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뒤엉켰다. "모두 침착하게 계세요. 곧 전기가 들어올 거예요," 그녀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차가운 땀을 감출 수 없었다.
지하 전기실을 확인하러 가기로 결심한 지은은 계단을 내려가며 점점 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지하 1층에 도착했을 때, 희미하게 들려오는 휠체어 바퀴 소리. 딱딱. 딱딱. 정기적인 리듬으로 복도를 따라 다가오는 소리였다.
"거기 누구세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대신 휠체어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지은의 휴대폰 불빛이 점점 약해지더니 이내 꺼졌다.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차가운 공기가 자신의 목덜미를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때, 지은의 귓가에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렸다. 차갑고 습한 숨결이 그녀의 귀를 스쳤다. "너도 곧 우리처럼 될 거야." 지은은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은 채, 그녀는 손을 더듬어 벽을 따라 움직였다.
복도를 지나던 그녀는 갑자기 발밑에서 무언가 축축한 것을 느꼈다. 마치 물웅덩이 같았지만, 그 점성과 냄새는... 피였다. 지은은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대섰다. 그때 벽면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벽 안에 갇힌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이곳은... 이곳은..." 그녀의 머릿속에 병원의 오래된 소문이 떠올랐다. 30년 전, 이 병원의 지하에서 정신과 환자들이 집단으로 사망한 사건. 공식적으로는 화재로 인한 사고였지만, 병원 내부에서는 인체실험이 잘못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갑자기 복도 끝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지은은 구원을 찾아 그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불빛은 휠체어에 앉은 환자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얼굴 없는 환자. 그리고 그 뒤로 줄지어 서있는 수십 명의 병원복을 입은 사람들. 모두 얼굴이 없었다.
"당신들은 누구죠?" 지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는 잊혀진 사람들이야. 그리고 넌 우리를 기억해줄 마지막 증인이 될 거야."
다음 날 아침, 병원 직원들은 지하 복도에서 송지은을 발견했다. 그녀는 살아있었지만, 두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입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들이 돌아왔어... 잊혀진 환자들이... 우리 모두를 데려갈 거야..." 의사들은 급성 정신병이라고 진단했지만, 그날 이후 병원의 지하 복도에서는 밤마다 휠체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정전 현상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가장 이상한 점은 지하 벽면에 매일 아침 새로운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 희생자의 명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