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호텔: 미드나잇 체크인
그날 밤 병원 407호실은 내가 머물러본 가장 비싼 호텔이었다.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아플 정도로 선명하게 깜빡이는 동안, 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백의 간호사의 부름에 대답했다. "환자분 상태는 어떠세요?" 그녀가 물었지만, 내가 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듯했다.
모든 것은 3일 전, 내가 버스 정류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남자를 발견했을 때 시작됐다. 그의 지갑에는 신분증 한 장과 고급 호텔 키 카드만 남아있었다. 구급차가 오기 전에 그는 내 손을 꽉 잡고 속삭였다. "내 자리를 대신해줘... 그저 사흘만..."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그의 호텔을 찾아갔을 때, 프런트에서는 나를 "박 회장님"이라 부르며 최상층 스위트룸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찾은 서류가방 안에는 현금 5억이 들어있었다.
병실에서의 첫날, 나는 침대 리모컨을 누르며 호텔 침대처럼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간호사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체온과 혈압만 확인했다.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은 비밀을 감지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날, 의사라는 남자가 찾아왔다.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네요. 내일이면 모든 절차가 끝납니다." 그의 흰 가운 아래로 보이는 양복은 병원 의사의 것이라기엔 너무 고급스러웠다.
세 번째 날 새벽, 병실 문이 살며시 열렸다. 들어온 건 정장 차림의 남자 셋. 그중 하나가 내 침대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호텔 룸서비스입니다, 손님."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곳은 병원도, 호텔도 아니었다. 모든 환자와 투숙객은 사실 '상품'이었다. 창문 너머 도시 불빛이 아니라 수술대 조명이었음을 깨달았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이들이 내게서 필요한 것을 가져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가방 속 현금은 장기 매매 대금이었고, 내가 대신한 '박 회장'은 거래 중개인이었다. 나는 침대 옆 응급 버튼을 찾아 손을 뻗었지만, 그것은 이미 연결이 끊겨 있었다. "걱정 마세요, 손님. 체크아웃 절차는 매우 신속합니다."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보게 된 것은 창문에 비친 내 공포에 질린 얼굴과, 그 뒤로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서는 진짜 '박 회장'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