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화장품: 아름다움의 약속
모든 거울이 나를 배신한 그날, 나는 피부과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모공은 더 깊어 보였고, 주름은 마치 지도의 등고선처럼 선명했다. 삼십 년 동안 참아왔던 열등감이 마침내 나를 이 병원 의자로 끌고 온 것이다.
"김서연 님,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렸다.
의사는 내 얼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검사했다. 그의 하얀 가운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골드 케이스가 보였다. 화장품이 아니라 약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이건 우리 병원에서만 처방하는 특별한 화장품입니다. 임상시험 단계지만, 효과는 보장해요."
그는 작은 샘플을 내밀었다. 라벨도 없는 하얀 용기. 내용물은 진주빛으로 빛났고, 은은한 장미향이 났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기묘하게 어울렸다.
"일주일만 사용해보세요. 변화가 있을 겁니다."
첫날 밤, 크림을 바르자 피부가 따끔거렸다. 마치 수천 개의 작은 바늘이 동시에 찌르는 듯한 감각.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볼의 붉은 기가 사라졌다. 둘째 날, 깊었던 눈가 주름이 옅어졌다. 셋째 날, 커피 얼룩 같던 잡티가 흐려졌다. 일주일이 지나자 마치 포토샵으로 보정한 듯한 피부가 거울에 비쳤다.
병원을 다시 찾았다. "더 주세요." 내가 간절히 말했다.
의사는 미소지었다. "정식 출시 전이라 비쌉니다만..."
가격을 듣고 숨이 막혔지만, 카드를 내밀었다. 대출을 받더라도 이 마법 같은 화장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두 달이 지났다.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성형했어?" "피부과 다녀?" 나는 비밀스럽게 웃었다. 완벽해진 피부 덕분에 자신감이 피어났고, 승진도 했으며,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동료와 데이트까지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무언가 이상했다. 거울 속 내 얼굴이 너무 완벽해 보였다.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손가락으로 뺨을 만지자... 살짝 미끄러졌다. 손톱으로 긁자, 피부가 아닌 무언가가 벗겨졌다. 공포에 질려 계속 긁자, 얇은 막이 떨어져 나왔다.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투명한 가면이었다. 거울을 보니 내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 예전보다 더 망가져 있었다. 화장품 성분표를 자세히 읽어보니 작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본 제품은 인공 피부막을 형성합니다. 지속적 사용 시 원래 피부의 재생 능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날 저녁, 병원에 전화했지만 더 이상 그 번호는 존재하지 않았다. 웹사이트도 사라졌다. 완벽한 피부를 약속했던 그 의사도 마치 환상처럼 증발해버렸다. 내 화장대 위에는 하얀 용기만이 남아, 거울 속 망가진 내 진짜 얼굴을 비웃듯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