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16가지 얼굴: MBTI 격리병동
그날 아침, 코로나-25 변이 바이러스가 서울 중앙병원 MBTI 격리병동의 문을 닫았다. 격리된 16명의 환자들은 각자의 성격유형대로 병실에 배치되었고, 나는 그들을 관찰하는 유일한 의사였다. 유형별 바이러스 반응을 연구하는 임상실험이라고 했지만, 실은 더 깊은 목적이 있었다.
ENFP 환자는 격리 첫날부터 병실 창문 너머로 간호사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방호복 마스크를 뚫고도 선명했다. 반면 INTJ 환자는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바이러스 확산 모델을 계산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 제 계산대로라면 앞으로 3주 후에 이 격리는 무의미해질 겁니다."
ESFJ 환자는 매일 아침 다른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하며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었고, ISTP 환자는 병실 모니터링 시스템을 해킹해 자신만의 영화관을 만들었다. 그가 손목시계로 병원 보안 시스템에 침투했을 때, 나는 경고하는 대신 더 나은 방법을 물었다.
열흘째 되던 날, INFJ 환자가 나를 불렀다. "선생님, 이건 바이러스 연구가 아니죠?" 그녀의 눈빛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병실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우리는 실험대상이 아니라 관찰대상이에요. 인간의 성격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거죠."
그녀의 말은 정확했다. 이 프로젝트는 바이러스보다 인간 심리에 관한 것이었다. ESTJ 환자가 자연스럽게 병동의 리더가 되어 일일 회의를 주최하고, ISFP 환자는 병실 벽에 놀라운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격리가 길어질수록 성격의 경계는 더욱 선명해졌다.
ENTP 환자는 모든 규칙에 도전했고, ISFJ 환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모두의 체온을 확인했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노트북을 채워갔다. 그러다 스물한 번째 날, 모니터링 시스템이 멈췄다. INTP와 ENTJ 환자가 합작해 병원 전산망에 침투한 것이다.
"우리는 당신의 실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선생님." 병원 스피커를 통해 ENTJ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는 이미 모든 데이터를 분석했고, 당신의 연구보다 더 나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날 밤, 병원 전체가 정전되었고 16명의 환자는 모두 사라졌다. 남겨진 것은 INFP 환자가 내게 남긴 쪽지뿐이었다. "우리는 16개의 성격유형으로 나뉘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묻습니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납니다. 당신도 언젠가 찾게 되길."
조사위원회는 환자들이 위조된 바이러스 검사 결과로 모집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나는 면허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도 그들은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MBTI대로 세상을 바꾸고 있을지도. 아니, 어쩌면 마지막까지 내가 실험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