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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간식

보드게임의 밤: 간식이 말해주는 진실

주사위가 테이블에 구르고 멈추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곳에 꽂혔다. 여섯. 마치 운명처럼 나를 비웃는 숫자였다.

"또 꼴등이네, 민수야." 정우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오렌지 치토스 가루가 달라붙어 있었다. 형광색처럼 빛나는 그 가루가 내 눈에는 마치 승리의 깃발처럼 보였다.

우리의 금요일 밤 보드게임 모임은 5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5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보드게임들과 함께 각자가 가져온 간식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초콜릿, 감자칩, 젤리, 쿠키... 그리고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 나의 패배는 언제나 확실했다.

"내 차례." 나는 한숨을 쉬며 카드를 뽑았다. 플라스틱 카드 표면에 손가락이 남긴 기름기가 형광등 아래에서 반짝였다. 다섯 명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간식을 먹으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그들이 먹는 간식과 게임의 성적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승현이는 항상 쌀과자를 먹으며 1등을 차지했고, 정우는 치토스와 함께 2등, 도윤이는 초콜릿과 함께 3등... 그리고 나는? 나는 항상 젤리를 먹으며 꼴등이었다.

"다음 주에는 내가 간식 가져올게." 갑자기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다음 금요일, 나는 모든 종류의 간식을 조금씩 가져갔다. 게임이 시작되고, 나는 의도적으로 승현이가 항상 먹는 쌀과자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주사위를 굴리자 처음으로 6이 아닌 1이 나왔다. 완벽한 시작이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간식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듯했다. 쌀과자를 먹은 나는 승승장구했고, 이번에는 젤리를 먹게 된 승현이가 연속으로 최악의 숫자를 굴렸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승현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마지막 라운드,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이 다가왔다. 내 손은 쌀과자를 향해 뻗어갔지만, 문득 멈췄다. 5년간의 패배 속에서도 우리가 함께 웃고 떠들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진정한 승리는 무엇일까?

나는 젤리를 집어들었다. 달콤한 포도맛이 입 안에 퍼졌다. 주사위를 굴렸고, 예상대로 6이 나왔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민수는 민수!" 정우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모이는 이유는 승패가 아니라, 이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것이라는 걸. 가끔은 질 수 있는 용기가 이기는 것보다 더 값진 법이다. 다음 주 금요일, 나는 모두를 위한 젤리를 한 아름 사들고 갈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승리는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