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보드게임: 이별의 규칙들
내가 그와 마지막으로 함께 한 것은 보드게임이었다. 이별을 준비하는 우리만의 의식 같았다. 창가에 앉아 주사위를 굴리는 동안, 가을 햇살이 우리 사이에 놓인 게임판을 비스듬히 비추고 있었다. 손끝에 닿는 카드의 질감, 말을 움직일 때 나는 미세한 소리, 그리고 그가 웃을 때마다 살짝 구부러지는 눈가의 주름까지. 모든 것이 이제는 기억 속에 담아두어야 할 마지막 조각들이었다.
"네 차례야,"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공기 중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거움이 감돌았다. 주사위를 굴렸다. 5가 나왔다. 다섯 칸을 움직이면 '운명의 갈림길'이란 칸에 정확히 도착한다. 우리 관계의 아이러니가 게임판에까지 묻어났다.
"여기서 카드를 뽑아야 해." 그가 카드 더미를 내게 건넸다. 손가락이 스쳤을 때, 그의 체온이 마지막으로 내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카드를 뽑았다. '두 칸 뒤로 가시오.' 인생이란 게임에서도 우린 이렇게 뒤로 가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낙엽이 흩날렸다. 6개월 전, 우리는 이 같은 테이블에서 처음 만났다. 지역 보드게임 동호회. 그는 나에게 규칙을 설명해주었고, 나는 그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사랑도 보드게임과 같았다. 규칙이 있고, 운도 따라야 하고, 때로는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했다.
"네가 이겼네." 내 말이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 그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눈까지 닿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축하해."
우리는 침묵 속에서 게임을 정리했다. 작은 말들을 상자에 담고, 카드를 모으고, 주사위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우리의 관계만 빼고.
"이게 마지막이네," 그가 말했다. 보드게임을 가리키는 건지, 우리 관계를 말하는 건지 모호했다.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그래," 내가 대답했다. "모든 게임은 끝이 있으니까."
그가 일어서며 게임 상자를 들었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말을 준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이 오자, 모든 단어가 의미를 잃은 것 같았다. 출구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사랑과 이별은 가장 복잡한 보드게임이었다. 규칙은 진행하면서 배우고, 승리의 조건도 명확하지 않으며, 때론 이기는 것보다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그 보드게임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비 오는 밤이면 주사위를 굴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게임에서 우린 단지 잠시 다른 경로를 선택했을 뿐, 언젠가 다시 같은 칸에서 만날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