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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날씨

보드게임의 날씨: 우리가 만든 계절

아버지의 장례식날, 하늘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것이 우연인지 운명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저 죽은 사람처럼 빗속을 걸었다. 까만 우산들 사이로 비가 옷깃을 적시고,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아버지의 옛집으로 향했다. 30년간 아버지와 단절하고 살았으니, 이제 와서 유품 정리쯤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좁은 원룸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벽면 가득 진열된 보드게임들이었다. 동화 속 마법사의 서재처럼, 색색의 상자들이 벽을 채우고 있었다.

"날씨의 마법사?" 가장 눈에 띄는 낡은 나무 상자를 집어 들었다. 손때 묻은 상자 뚜껑을 열자 낡은 게임보드와 함께 작은 쪽지가 나왔다.

"민준아, 네가 이 게임을 찾았다면 난 이미 세상에 없을 거야.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게임, 기억하니?"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열 살 생일날,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보드게임. 그날 이후 부모님은 이혼했고, 어머니는 내게 아버지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게임판은 사계절로 나뉘어 있었다. 주사위를 굴려 계절을 이동하며, 각 계절에 맞는 날씨 카드를 뽑아 상대방의 말을 유리하거나 불리한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단순한 게임이었다. 유일한 특별함은 게임을 하는 동안 실제 창밖의 날씨가 게임 내 날씨 카드를 따라 변하는 것 같았다는 점이었다.

어린 마음에 난 그것이 마법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날 난 폭풍우 카드를 뽑았고, 실제로 폭풍이 몰아쳤다. 그리고 그날 밤, 부모님의 마지막 싸움이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게임판을 펼쳤다. 보드의 가장자리에는 아버지의 작은 글씨로 메모가 적혀 있었다: "날씨는 우리 마음의 반영이다. 모든 폭풍 뒤에는 맑은 하늘이 온다."

갑자기 창밖의 빗소리가 멈췄다. 커튼을 젖히자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게임판의 말 하나가 봄 구역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을에.

테이블 위에 놓인 편지 봉투를 발견했다. 열어보니 30년간의 일기와 편지들이 들어있었다. 아버지는 매일 내 소식을 멀리서 지켜보며, 내게 쓴 편지를 보내지 못한 채 모아두었던 것이다.

창밖으로 무지개가 떠올랐다. 폭풍 뒤의 맑은 하늘처럼, 오해와 분노로 가득 찼던 내 마음에도 서서히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게임판 위에 내 말을 집어들었다. 이제 어떤 계절로 옮겨갈 차례일까? 우리가 함께하지 못했던 모든 계절들을 뒤늦게나마 보드게임 위에서 완성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주사위를 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