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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남사친

보드게임의 밤: 남사친의 비밀 주사위

"인생은 보드게임 한 판이야. 주사위를 던지고 말을 움직일 때마다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내가 10년 동안 듣지 못했던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우리의 정기적인 보드게임 밤, 다섯 번째 맥주를 마시며 그는 문득 철학자가 되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금요일 밤, 우리는 준호의 원룸에 모였다. 테이블 위에는 여러 보드게임 박스들이 쌓여 있었고, 그 주변으로 과자 부스러기와 반쯤 비워진 맥주캔들이 흩어져 있었다. 네온사인 불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게임 카드들 위에 분홍빛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남사친들과의 이 금요일 밤 의식이 내 삶의 안정된 부분이 된 것에 감사했다.

"유진아, 너 차례야." 민수가 내 생각을 끊었다. 나는 주사위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플라스틱이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준호와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대학에서 만난 민수와 태현이가 우리 그룹에 합류했을 때, 우리는 금요일 보드게임 밤을 시작했다. 단순한 취미가 어느새 우리 네 명을 연결하는 끈이 되었다.

"인생이 보드게임 같다면, 나는 지금 어떤 칸에 있는 걸까?" 내가 주사위를 굴리며 물었다. 7이 나왔다. 행운의 숫자.

"당신은 '인생의 갈림길' 칸에 있어요, 유진 씨." 태현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날 밤, 모두가 떠난 후 준호가 나를 불렀다. "유진아, 잠깐만."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에게 말해야 할 게 있어."

준호의 손에는 작은 주사위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보라색으로 빛나는 이상한 주사위였다. "이건 특별한 주사위야. 네가 던지면, 미래의 한 순간을 볼 수 있어."

나는 웃었다. "또 장난치는 거야?"

"한 번만 던져봐." 그의 진지한 눈빛에 나는 주사위를 받아들었다.

주사위가 바닥에 구르고, 6이 나왔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내 앞에 미래의 한 장면이 펼쳐졌다. 준호와 내가 손을 잡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남사친'이 아니었다.

환상이 사라지고 나는 충격에 빠졌다. "이게 뭐야..."

"10년 동안 말하지 못했어." 준호가 속삭였다. "네가 던진 주사위처럼, 우리의 관계도 변할 수 있을까?"

나는 주사위를 다시 집어들었다.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고, 모든 주사위 던지기에는 결과가 따른다. 하지만 이번엔 결과를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인생은 정말 보드게임 같은지도 모른다. 다음 움직임을 결정하는 것은 항상 나에게 달려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