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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노래

보드게임의 노래: 주사위가 멈추는 곳에서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구르는 소리는 낯선 멜로디였다. 세 번의 탁, 탁, 탁. 그리고 정적. 할아버지의 낡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과 이상하게 어울렸다. 그날 밤,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의 다락방에서 발견한 오래된 보드게임 앞에 둘러앉았다. '운명의 노래'라는 이름의 그 게임은 주사위를 던져 말을 움직이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말이 멈추는 칸마다 플레이어는 적힌 노래 한 구절을 불러야 했다.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중단할 수 없다"는 경고문이 박스 안쪽에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만, 우리는 그저 웃음거리로 여겼다. 할아버지만 유독 긴장한 얼굴로 "정말 하고 싶은 거니?"라고 물었지만, 이미 동생의 손에서 주사위가 굴러가고 있었다.

첫 번째 라운드는 즐거웠다. 우리는 각자 멈춘 칸에 적힌 노래 구절을 불렀고, 틀리거나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벌칙으로 한 칸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 번째 라운드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동생이 "어둠 속에서 너를 찾는다"는 구절이 적힌 칸에 멈췄을 때, 갑자기 집 안의 모든 전구가 깜빡이더니 꺼졌다.

"우연이야," 아버지가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도 불안이 느껴졌다. 다시 게임을 이어갔고, 이번엔 내 차례였다. 주사위를 던지자 "비는 멈추지 않아"라는 구절이 적힌 칸에 말이 멈췄다. 그 순간, 맑았던 밤하늘에서 갑자기 빗소리가 들려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폭우에 휩싸여 있었다.

공포에 질려 게임을 중단하려 했지만, 보드판에서 말을 떼어낼 수 없었다. 마치 강력한 자석처럼 말이 판에 붙어있었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창백했다. "이 게임은 노래를 통해 현실을 바꾼다. 끝까지 해야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

어머니의 차례가 왔다. 그녀의 말이 멈춘 곳에는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 순간, 거실의 시계 바늘이 반대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점점 젊어졌고, 우리의 기억은 혼란스러워졌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무너졌다. 마지막 차례, 할아버지가 던진 주사위. 그의 말이 멈춘 곳에는 "모든 노래는 결국 침묵으로 돌아간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구절을 부르는 대신, 보드게임의 뚜껑을 덮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빗소리도, 시계의 이상한 움직임도 멈췄다. 할아버지는 게임을 챙겨 다락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그 게임을 찾을 수 없었고, 할아버지는 그런 게임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가끔 밤중에, 누군가 주사위를 굴리는 소리와 함께 낯선 노래 구절이 바람에 실려 오는 것 같다. 그리고 매번 나는 궁금해진다. 만약 우리가 게임을 끝까지 했다면, 어떤 노래가 우리의 마지막을 장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