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여왕: 아내의 마지막 수
다이닝 테이블 위에 놓인 체스판이 촛불 아래 은은히 빛났다. 내가 검은 말을 움직이자 아내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실수했다는 것을 그 즉시 깨달았다.
"체크메이트까지 세 수." 그녀가 말했다.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이길 수 없었다.
유리잔에 담긴 와인이 촛불에 반사되어 혈액처럼 깊은 붉은색으로 벽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우리의 결혼 기념일마다 빠지지 않았던 의식 같은 보드게임 밤이었다. 마치 우리의 결혼생활처럼, 나는 언제나 그녀에게 패배했다.
"오늘은 특별한 게 있어." 아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서랍으로 향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낡은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운명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보드게임이었다.
"무슨 게임이야?" 내가 물었다.
"규칙은 간단해. 각자 차례대로 카드를 뽑아 질문에 답하는 거야. 거짓말은 없어."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깔렸다.
아내가 먼저 카드를 뽑았다. "당신의 가장 큰 비밀은?"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당신과의 모든 게임에서 일부러 이긴 적이 없어. 진짜로 이긴 거야."
묘한 실망감이 밀려왔다. 적어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몇 번쯤은 져준 줄 알았다.
내 차례였다. "당신이 가장 후회하는 순간은?" 목이 메었다. "3년 전 출장에서... 바에서 만난 여자와..."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예상과 달리 분노는 없었다. "알고 있었어."
카드를 한 장 더 뽑았다. "당신의 진실은?" 아내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말기 암 판정을 받았어. 6개월 시한부야. 오늘이 마지막 게임이 될 것 같아서..."
테이블 위의 체스말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녀의 슬픔보다 더 큰 것은 담담함이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계획된 게임의 마지막 수를 두는 듯했다.
"이번엔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목소리가 떨렸다.
아내는 미소를 지었다. "인생은 보드게임과 달라. 마지막엔 우리 모두 말이 되어 상자 속으로 돌아가. 승자도, 패자도 없이."
그날 밤, 우리는 처음으로 체스를 끝까지 두지 않았다. 보드판 위에 말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남은 시간이라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 때로는 게임의 진정한 승리는 플레이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아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르쳐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