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보드게임자매

보드게임의 법칙: 자매의 마지막 승부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은 항상 그렇게 시작했다. 우리 집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보드게임 상자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리고 오늘은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내 여동생 수아가 게임의 주인을 선택할 차례였다.

"언니, 오늘은 이거 할래." 수아는 오래된 상자를 꺼냈다. '운명의 선택'이라 쓰인, 어린 시절 할머니가 남겨주신 그 보드게임.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진실된 마음으로만 플레이하라"고 당부하셨던 그 게임을 15년 만에 다시 꺼낸 것이다. 상자를 열자 낡은 나무 판과 색이 바랜 카드들, 그리고 반들반들한 주사위가 나왔다. 희미한 계피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정말? 그 게임은 규칙도 복잡하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아는 이미 카드를 섞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카드를 다루는 모습은 마치 오랜 시간 연습한 피아니스트 같았다. 할머니를 닮은 가느다란 손가락.

"언니는 항상 이기잖아. 오늘만큼은 내가 이길 거야." 수아의 목소리에서 평소와 다른 결연함이 느껴졌다. 게임판을 중심으로 마주 앉은 우리는 각자의 말을 선택했다. 나는 항상 그랬듯 붉은색, 수아는 파란색.

게임이 진행될수록 방 안의 공기는 묘하게 변했다.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만이 가득한 적막 속에서 어쩐지 할머니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보드게임 위의 우리 말들은 마치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며 과거의 기억들을 되살려냈다.

"언니, 기억나? 우리가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했을 때..." 수아가 말했다. 카드를 뽑으며 그녀의 눈가에 작은 물기가 맺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이었지."

순간 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날 밤, 할머니는 내게 작은 상자를 건네주셨다. "네 동생을 항상 지켜주렴."이라는 말씀과 함께. 그 상자 안에는 이 게임의 승리 카드가 들어있었다. 15년 동안 나는 그 비밀을 간직한 채 항상 승리했다.

수아의 차례. 그녀는 '운명의 전환' 칸에 말을 올렸다. 규칙에 따라 각자 가장 소중한 카드를 교환해야 했다. 내 손이 떨렸다. 승리 카드를 내놓아야 할 순간이 왔다.

"언니, 난 항상 알고 있었어." 수아가 조용히 말했다. "할머니가 언니에게 준 그 카드에 대해. 하지만 괜찮아. 할머니는 내게도 뭔가를 주셨거든."

수아는 손목에서 작은 팔찌를 풀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할머니는 내게 '때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하셨어. 언니를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주신 거야."

보드게임 위로 떨어진 내 눈물이 카드의 잉크를 번지게 했다. 15년간 간직했던 승리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마지막 카드를 뒤집었다. 그것은 '자매의 연결'이라는, 게임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카드였다.

"비겼네," 수아가 말했다. "이번엔 함께 이긴 거야."

창밖으로 내리는 비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그 소리. 보드게임 위에 놓인 우리의 말은 이제 서로를 향해 있었고, 거실의 작은 전구 빛 아래서 두 개의 그림자는 하나로 겹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