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여왕: 화장품을 건 한판 승부
민지는 화장품 파레트를 펼치듯 보드게임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30년 경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브러시를 고르는 것처럼 정교하게 말을 움직이며 그녀가 속삭였다. "체크메이트까지 앞으로 세 수야."
뷰티 브랜드 '글로시퀸'의 CEO 취임을 하루 앞둔 밤이었다. 민지의 사무실은 화장품 샘플과 보드게임 박스들로 뒤섞여 있었다. 벽에는 세계 체스 챔피언십 준우승 트로피와 메이크업 어워드 상패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두 가지 열정은 언제나 공존했다.
"당신이 이긴다면, 우리의 신제품 라인 '스트래티지 컬렉션'의 광고 모델이 되어 드리죠." 그녀는 대리인 앞에 앉아 제안했다. 테이블 위에서는 최고급 립스틱,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팔레트가 승부의 배팅금처럼 놓여 있었다.
남자는 물방울 같은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그는 경쟁사의 스파이였다. 민지의 신제품 라인을 훔치기 위해 접근했지만, 그녀가 던진 도전을 거절할 수 없었다. 립스틱 캡이 열리는 소리가 딸깍 울리자 그의 신경은 더욱 곤두섰다.
"화장품과 보드게임, 비슷한 점이 많아요." 말을 움직이며 민지가 말했다. "둘 다 전략이 필요하고, 상대방의 심리를 읽어야 하죠. 그리고..." 그녀는 루비 레드 립스틱을 입술에 완벽하게 바르며 계속했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 블러핑할지 아는 거예요."
게임은 치열했다. 말이 부딪칠 때마다 화장품 병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민지는 자신의 퀸을 희생시키는 대담한 수를 두었다. 남자의 눈이 승리를 확신하며 빛났다.
"이제 당신 차례예요." 민지는 평온하게 말했다. "참고로, 제 보드게임 전략은 화장품 브랜드 운영과 같아요. 때로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을 포기해야 진짜 승리를 얻죠."
남자가 확신에 찬 움직임으로 말을 옮기는 순간, 민지는 미소지었다. "체크메이트." 그녀는 숨겨둔 폰으로 완벽한 함정을 만들어냈다.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떻게...?"
"당신이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당신의 회사가 보낸 스파이라는 걸." 그녀는 이제 파운데이션 캡을 열었다. "여기, 소중한 정보 하나 드릴게요. 우리 '스트래티지 컬렉션'의 비밀 성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요. 그건 경쟁사들이 쫓게 만든 미끼였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민지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을 고발하지는 않을 거예요. 대신..." 그녀는 테이블 위의 화장품들을 밀어 그에게 건넸다. "이걸 가져가세요. 그리고 당신 회장님께 전해주세요. 진짜 승부는 보드게임처럼 정면 대결에서 이루어지는 거라고."
그날 밤, 민지는 체스 말들을 정리하며 다음날의 CEO 취임식을 생각했다. 메이크업 팔레트를 닦아내듯 체스판을 정리하면서, 그녀는 깨달았다. 인생이란 결국 보드게임과 화장품의 절묘한 조합이란 것을. 전략적으로 움직이되 아름답게 빛나는 법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승자가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