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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회사

치명적인 보드게임: 회사의 숨겨진 규칙

"월드 도미네이션이라는 보드게임을 하나 가져왔어요." 신입사원 민지가 팀 회식 자리에서 꺼낸 상자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다. 회사 조직도를 닮은 게임판에는 임원실부터 구내식당까지 세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우리 모두 술기운에 취해 재미있겠다며 동의했다. 그때만 해도 이것이 진짜 게임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규칙은 간단했다. 주사위를 굴려 말을 움직이고, 카드를 뽑아 미션을 수행하면 점수를 얻는다. 첫 번째 카드에는 "옆 사람의 비밀을 알아내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웃음기 섞인 농담처럼 시작된 질문들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지난 프로젝트에서 누구의 공을 가로챘나요?" "사적으로 만나는 동료가 있나요?" 게임은 계속됐고, 우리는 모르는 사이 진실을 털어놓고 있었다.

팀장의 말이 마케팅부 자리에 도착했을 때, 그는 빨간색 카드를 뽑았다.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을 탈락시키거나, 자신의 가장 큰 실패를 고백하시오." 방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팀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난 분기 실적 보고서를 조작했습니다." 순간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우리가 몇 개월간 야근하며 만든 프로젝트였다.

게임은 계속되었다. 누군가 "동료를 고발하고 승진 기회를 얻으시오"라는 미션을 받았고, 다른 이는 "다른 플레이어의 비밀 정보를 획득하시오"라는 카드를 뽑았다. 게임판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의 회사 정치와 기묘하게 닮아 있었다. 협력과 배신, 경쟁과 생존이 뒤엉켰다.

밤이 깊어갈수록 게임은 더 심각해졌다. 우리는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이제는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말판 위에서의 승부가 실제 사무실에서의 관계로 번졌다. 게임 속 전략과 현실의 생존 본능이 구분되지 않았다.

마지막 라운드, 내 차례가 왔다. 보드판 중앙의 'CEO 자리'에 도착했고, 검은색 카드를 뽑았다. "최종 승자가 되려면 게임을 시작한 사람을 지목하시오."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민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처음 보는 냉정함이 있었다.

"이 보드게임은 회사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거예요." 민지가 말했다. "여러분은 모두 좋은 플레이어셨습니다." 그녀는 일어나 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그녀의 게임 말에 불과했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자 모두가 어제의 회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행동했다. 다만 민지의 책상은 비어 있었고, 임원실에는 새로운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서랍을 열어보니 작은 보드게임 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내 얼굴을 닮은 그 말 밑에는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다음 게임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