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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귀신

부모님의 귀신: 놓을 수 없는 손

엄마가 죽은 날, 귀신이 되어 돌아오셨다. 엄마는 꼭 살아있는 것처럼 집안을 서성였고, 아빠는 마치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인 양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지수야, 왜 인사도 안 하니?" 아빠가 물었다. 식탁에는 세 개의 공기가 놓여 있었고, 엄마의 자리 앞에도 밥과 반찬이 가득했다. 찬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지만, 엄마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아니, 내 눈에만 그랬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내 말에 아빠의 얼굴이 굳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일주일, 장례식도 끝났는데 아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식탁에 앉아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밤에는 엄마가 좋아하던 드라마를 틀어놓았다.

"어떻게 보이지 않니? 여기 엄마가 앉아계신데." 아빠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순간 찬바람이 불었고, 내 등 뒤로 누군가가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며칠이 지나자 점점 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엄마의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부엌에서는 누군가 설거지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는 그 모든 것이 엄마의 행동이라고 확신했다. 나만 볼 수 없을 뿐.

어느 날 밤, 아빠의 방에서 속삭임이 들렸다. "보고 싶었어..." 나는 벽에 귀를 대고 들었다. "나도... 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어." 엄마의 목소리였다.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죽은 사람이 돌아올 수는 없으니까.

다음 날, 아빠의 손목시계가 멈췄다. "12시 30분..." 아빠가 중얼거렸다. 엄마가 돌아가신 시간이었다. 그날 밤, 꿈에서 엄마를 만났다. "지수야, 아빠를 잘 부탁해. 아빠가 나를 보내지 못하고 있어..."

아침이 되자 결심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엄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벽장을 열고 엄마의 옷을 하나씩 꺼냈다. "아빠, 이제 정리해야 해요. 엄마는... 이제 없어요."

아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가 모르는 게 있다, 지수야. 엄마는... 내가 먼저 떠나기로 약속했었는데." 아빠의 손이 떨렸다. "내가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어. 근데 갑자기 엄마가 먼저 가버렸잖아..."

그때 찬바람이 불었고, 옷장 속 엄마의 원피스가 살짝 흔들렸다.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보라고, 엄마는 아직도 여기 있어. 내가 떠날 때까지만..."

며칠 후, 아빠는 입원했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병실 창가에 서 있을 때, 희미한 실루엣이 아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엄마였다. 그제야 알았다. 부모님의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귀신이든 환상이든, 엄마는 아빠를 홀로 두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아빠가 눈을 감은 날 밤, 두 개의 흰 실루엣이 병실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손을 꼭 잡은 채로. 때로는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고, 부모님의 유대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경계도 넘어선다는 걸 그날 밤 깨달았다. 그리고 가끔, 아주 고요한 밤이면, 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