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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보드게임

부모님의 보드게임: 우리가 몰랐던 승부

엄마의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굴러가는 소리에 나는 숨을 멈췄다. 부모님 장례식장에서 발견한 오래된 상자 속 보드게임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었다.

"다섯!"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울렸다. 그 환청은 나를 30년 전으로 데려갔다. 부모님은 매주 금요일 밤, 우리가 잠든 후 거실에서 보드게임을 하셨다. 어린 내게는 금지된 의식이었지만, 난 계단 틈새로 그들을 훔쳐보곤 했다. 아버지의 진지한 표정, 어머니의 장난스러운 미소, 그리고 주사위가 던져질 때마다 공기 중에 퍼지던 긴장감까지.

상자를 열자 낡은 보드판과 수십 장의 카드, 그리고 작은 공책이 나왔다. 공책에는 날짜와 점수가 빼곡했다. 1988년 2월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신 작년까지, 단 한 주도 빠짐없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모님은 이 게임을 계속하셨다.

점수 옆에는 작은 메모들이 있었다. "오늘은 승진 축하로 봐준다", "생일 선물", "화해의 패배". 나는 페이지를 넘기며 그들의 삶을 새롭게 발견했다.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동생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버지가 실직했을 때... 모든 순간이 이 게임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마지막 장이었다. 어머니의 필체로 쓰인 "최종 스코어: 남편 517승, 아내 518승"이라는 문구 아래, 아버지의 글씨로 덧붙여진 문장이 있었다. "당신이 이겼소, 사랑하는 당신. 항상 그랬듯이."

나는 보드판을 펼치고 게임 규칙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그것은 부모님이 직접 만든 게임이었다. '인생 게임'이라 이름 붙인 이 보드게임은 현실의 도전과 기쁨을 반영했다. '자녀 대학 입학', '가족 여행', '건강 문제'같은 칸들이 있었고, 각 상황에 맞는 선택지가 담긴 카드들이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부모님에게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다. 그들은 인생의 모든 승패와 도전을 함께 게임처럼 마주했다. 서로를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여기며, 삶의 모든 순간을 점수로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서로에게 더 많은 승리를 양보하고 있었다.

나는 상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아내에게 그 게임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부모님의 규칙대로 주사위를 굴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카드를 뽑았을 때, 놀랍게도 내 인생의 첫 추억—부모님이 나를 안고 웃던 순간—이 적혀 있었다.

이제 우리 부부는 매주 금요일 밤, 보드게임을 통해 부모님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가끔 계단에서 작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지만, 난 모른 척한다. 언젠가 우리 아이도 이 게임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 게임판 위에서 굴러가는 주사위처럼, 가족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