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부모님, 되찾은 사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보던 그 사진이 어느 날 사라졌다. 엄마가 눈을, 아빠가 입을 닮았다던 내 얼굴과 함께 찍힌 유일한 가족사진이었다. 내 방을 뒤집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들이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
사고 소식을 들은 건 열여덟 번째 생일 전날이었다. 축하 케이크 대신 부모님의 장례식 화환이 내 성인식을 장식했다. 그 후 10년이 지났고, 나는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그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녔다. 그러다 어제, 그것마저 사라졌다.
"김 선생님, 이사할 곳은 정하셨나요?" 부동산 중개인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부모님이 남긴 이 집을 떠나는 건 그들의 마지막 흔적마저 지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재개발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벽지를 떼어내는 순간, 희미한 갈색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벽지 아래 석고보드와 콘크리트 사이 좁은 틈새. 손가락을 넣어 더듬자 종이 한 장이 느껴졌다. 꺼내보니 접힌 사진 한 장이었다.
먼지를 털어내자 나타난 건 낯선 남자와 여자였다. 내 부모님이 아니었다. 사진 뒷면에는 희미한 글씨로 '1985년, 새 삶의 시작'이라고 적혀 있었다. 1985년은 내가 태어난 해였다.
부엌 서랍에서 찾아낸 오래된 신문 스크랩. '유괴된 영아 찾아주세요'라는 제목 아래, 내가 알던 부모님이 아닌 다른 부부의 절박한 호소문이 실려 있었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사진 속 남녀는 바로 그들이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내가 알던 부모님은 누구였을까? 나를 키워준 사랑은 진짜였을까?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떨리는 손으로 그 낯선 얼굴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남자의 눈과 여자의 입이 묘하게 익숙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 없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아들아."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진을 찾았구나."
손에 쥔 사진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내가 정말 잃어버린 것은 사진이 아니라, 내 삶의 진실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그 진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목소리와 함께 내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