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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생존

생존의 법칙: 부모님이 남긴 유산

부모님은 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돈도, 집도, 가르침도 없이 그저 스물다섯 살의 어느 날 문자 한 통을 보냈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없다. 네 인생을 살아라." 그게 전부였다.

처음엔 그저 농담이라 생각했다.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권이 아니었고, 집에 찾아갔을 때는 이미 모든 가구가 사라진 빈 공간만 남아있었다. 낡은 벽지 위에 붙은 메모 하나. "지하실 상자를 확인해라."

지하실에는 먼지 쌓인 철제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부모님의 생존 일기장이었다. 매일 같이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대피소를 만들고, 무기를 구하는 방법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들은 10년 넘게 인류의 종말을 준비해왔던 것이다.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는 빨간 잉크로 적힌 단 한 문장. "곧 시작된다."

그날 밤 모든 전파가 끊겼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혼란스러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부모님의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내가 놓친 문장이 있었다. "우리가 사라진다면, 네가 살아남아야 한다. 이 일기는 우리가 네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다."

창밖으로 불타오르는 도시를 바라보며 나는 부모님의 일기장을 꽉 움켜쥐었다. 그들은 나를 버린 게 아니었다. 살아남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한 것이었다. 기이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부모님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남겼다. 생존할 수 있는 지식과, 그들이 나를 사랑했다는 증거를.

일기장의 지시에 따라 지하실 벽에 숨겨진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작은 벙커가 있었고, 최소 1년은 버틸 수 있는 물자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벽에 걸린 세계지도에는 빨간 점들이 찍혀 있었고, 그 옆에는 좌표가 적힌 쪽지가 붙어있었다. "우리를 찾아올 때 필요할 거야."

창밖에서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생존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부모님의 마지막 선물,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이제 나는 그들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 살아남을 것이다. 어쩌면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