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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소개팅

부모님의 소개팅: 마지막 선물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낯선 여자가 내게 다가왔다. "당신 어머니가 우리의 소개팅을 주선하셨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일주일 전, 어머니는 마지막 항암치료를 포기하며 내게 약속을 하나 받아냈다. "내가 떠나고 나면 한 번만, 단 한 번만 내가 소개해주는 사람을 만나봐." 그때 나는 그저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내 서른다섯 해 인생 동안 끊임없이 소개팅을 주선했고, 나는 매번 그것을 피해왔다.

그녀의 이름은 유미였다. 검은 상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이상하게도 따스함이 깃들어 있었다. "함께 커피 한 잔 하실래요?" 그녀가 제안했을 때, 나는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 어머니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장례식장 근처 카페에서 유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소아암 병동의 간호사였고, 어머니의 마지막 한 달을 함께했다. "어머니께서는 매일 당신 이야기를 하셨어요. 사진도 보여주시고, 당신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들으며 자랐는지..." 유미의 말에 내 눈가가 뜨거워졌다. 어머니는 떠나면서도 내 인생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했던 것이다.

그녀는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어머니께서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봉투 안에는 어머니의 필체로 쓰인 편지와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다. 사진은 젊은 시절 부모님이 처음 만났던 소개팅 자리를 담고 있었다. 아버지는 수줍게 웃고 있었고, 어머니는 생전에 본 적 없는 화사한 표정이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 아들, 네 아버지와 나는 소개팅에서 만났단다. 처음엔 나도 가기 싫었지만, 그게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되었어. 사랑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때로는 누군가의 작은 밀어줌이 필요하단다. 이건 내 마지막 밀어줌이야. 유미는 좋은 사람이야. 적어도 한 번은 기회를 줘보렴."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유미가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소개팅이 아니라 작별인사예요.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녀의 진심 어린 말에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진짜 의도를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소개팅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떠나면서도 내가 슬픔에 혼자 남겨지지 않길 바랐던 것이다.

우리는 두 시간 넘게 이야기했다. 어머니의 추억, 그녀가 병실에서 들려준 내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책과 음악에 대해. 헤어질 때 유미는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언제든 이야기하고 싶으시면 연락주세요."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손에 쥔 어머니의 편지가 젖지 않게 품속에 넣으며 생각했다. 부모님은 떠나셨지만, 그 사랑은 여전히 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유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일, 나는 유미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