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썸타기: 어른들의 봄
어머니의 귓가에 속삭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내가 이십 년을 살아오며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부엌 모퉁이에 숨어 그들을 훔쳐보는 나의 존재는 마치 투명 인간이 된 듯 그들에게 감지되지 않았다.
"오늘 머리 바꿨네? 예뻐졌는데." 아버지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지며 말했다. 어머니는 마치 스무 살 소녀처럼 볼을 붉히셨다. 나는 눈을 비볐다. 결혼 30주년을 앞둔 육십 대 부모님이 분명한데, 왜 이십 대 연인들 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거지?
어제까지만 해도 텔레비전 채널 리모컨을 두고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마치 처음 만난 남녀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어머니는 평소보다 화장을 진하게 하셨고, 아버지는 언제 샀는지 모를 새 셔츠를 입고 계셨다.
"나 이따 마트 가는데... 같이 갈래요?" 어머니가 수줍게 물었다. '같이 갈래요?' 30년을 함께 산 남편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치 새로 만난 연인처럼 서로의 기분을 탐색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커피를 내려드렸다. 아버지가 커피를 만든 건 내 기억에 처음이었다. 그것도 어머니가 좋아하는 라떼를. 어머니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마워요"라고 속삭였다. '고마워요?' 평소라면 "당신이?" 하며 놀라셨을 텐데.
밤 산책을 나간 부모님을 따라 몰래 나섰다. 그들은 동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별을 보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아버지가 어머니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팔을 두르셨다. 어머니는 거부하지 않았다. 나는 숨을 죽였다.
"우리... 너무 익숙해진 것 같아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고... 상담사가 그러더라고."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지난달 부모님이 함께 다니기 시작한 '노년기 부부 관계 개선 프로그램'. 어머니의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그 날들. 그들은 지금 썸을 타고 있었다. 30년 된 부부가, 처음 만난 연인처럼 썸을 타며 서로를 재발견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모님은 손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마치 첫 데이트를 마친 청춘들처럼. 그들의 뒤를 따르며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사랑은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식탁에 앉은 부모님은 다시 리모컨을 두고 티격태격하고 계셨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어제의 설렘이 남아있었다. 달력을 보니 다음 '데이트'는 일주일 후였다. 슬며시 내 휴대폰을 꺼내 메모했다. "부모님 데이트 날, 친구 집에서 자기."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계속되는 그들만의 썸타기를 지켜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