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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여름

여름의 부모님: 기억의 햇살

오래된 사진첩을 열자 먼지와 함께 쏟아져 나온 것은 잊고 있던 여름의 기억이었다. 노란빛으로 바랜 사진 속에서 부모님은 웃고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 그들만의 여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일주일째, 어머니는 그의 유품을 정리하며 발견한 그 사진첩을 내게 건네주셨다. "네 아버지가 평생 모아온 거야. 이제는 네가 가지고 있어라." 어머니의 목소리는 단단했지만, 그 밑에 깔린 떨림은 감출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베란다에 앉았다. 저녁 무렵의 뜨거운 공기가 아직 식지 않은 채 피부를 감쌌다. 선풍기가 내뿜는 바람이 사진첩의 페이지를 살짝 넘겼다. 1978년 여름, 아버지와 어머니는 바닷가에 서 있었다. 어머니의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나풀거리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아버지의 깨알같은 글씨로 '우리의 첫 여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부모님의 여름은 계속되었다. 야영장에서의 바비큐 파티, 시골 할머니 댁 마당에서의 수박 feast, 내가 아기였을 때 들고 있던 작은 물총, 사춘기 시절 불량스럽게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따뜻한 시선. 그들의 모든 여름에는 항상 웃음이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작은 봉투가 떨어졌다. 아버지의 필체로 '마지막 여름'이라고 쓰여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 작년 여름,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기 전 우리 가족이 함께 갔던 바닷가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작은 쪽지 하나.

"여름은 언제나 돌아온다. 나는 가지만, 네 여름은 계속된다. 이제 네 아이들과 함께할 여름을 만들어가렴."

창밖에서 매미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발코니 난간 너머로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어느새 에어컨은 꺼져 있었고, 방 안은 후텁지근했지만 이상하게도 숨이 막히지 않았다.

다음 날, 포장된 선물 상자를 들고 어머니를 찾아갔다. "이번 주말에 바다에 가요, 어머니." 작은 여행 가방을 든 어머니의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 난 문득 깨달았다. 여름은 돌아왔고, 부모님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내가 새로운 여름을 만들어갈 차례라는 것을.

창문 밖으로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머니와 나는 새로운 여름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었다. 아버지가 남긴 빈 사진첩 페이지 위로,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