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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여친

부모님과 여친 사이: 두 세계의 경계선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온 날, 거실 시계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민준은 식탁 위에 놓인 과일 그릇을 만지작거리며 식은땀을 닦았다. 서연이 화장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의 시선이 등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서연이 부모님은 뭐하시니?" 어머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민준의 귀에는 심문처럼 들렸다.

"아버지는 대학교수세요. 어머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세요." 민준은 사실을 절반만 말했다. 서연의 어머니가 한때 유명한 밴드의 보컬이었다는 사실은 일부러 생략했다.

서연이 돌아오자 거실은 갑자기 밝아진 것 같았다. 그녀의 청바지에 뚫린 작은 구멍들과 검은색 매니큐어는 민준의 집에서 이질적으로 빛났다. 아버지는 안경 너머로 서연을 관찰했다.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민준은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서연아, 학교는 어디 다니니?" 아버지의 첫 질문이었다.

"현재는 휴학 중이에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먼저 경험해보고 싶어서요." 서연의 대답은 자신감이 넘쳤다. 민준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저녁 식사는 긴장된 침묵 속에 진행됐다. 서연은 젓가락 대신 포크를 사용했고, 민준의 어머니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식탁 아래에서 민준은 서연의 손을 잡았다가, 어머니의 시선을 느끼고 황급히 놓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연은 조용했다. "네 부모님은 날 싫어하시는 것 같아,"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실 거야," 민준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했다.

다음 날, 민준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서연이라는 아이는 우리 집안과는... 맞지 않을 것 같구나."

그 순간 민준은 깨달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마치 두 세계 사이에서 통역사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부모님의 세계와 서연의 세계. 그리고 그 통역은 언제나 불완전했다.

일주일 후, 민준은 서연의 집에 초대받았다. 그녀의 부모님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그를 반겼다. 거실 벽에는 서연 어머니의 젊은 시절 공연 포스터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그들은 민준에게 와인을 권하며 웃었다.

"우리 딸이 널 많이 좋아한다더라," 서연의 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네 부모님은 우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 같던데."

민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는 다시 번역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말도 양쪽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두 세계 사이에서, 민준은 결정의 순간에 직면했다. 어느 쪽도 온전히 선택할 수 없는, 경계선에 선 사람의 고독한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