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패션: 부모님의 젊은 날
할아버지의 장례식날, 나는 그의 옷장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핑크색 새틴 재킷을 발견했다. 온 가족이 검은 옷으로 침묵하는 그 집에서, 그 재킷만이 50년 전 어느 봄날의 빛을 간직한 채 걸려 있었다.
"이게 뭐야?" 내가 물었을 때, 할머니의 눈에는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불꽃이 일었다.
"당신은 패션의 혁명가였어." 할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재킷은 우리 동네에서 처음으로 입은 사람이었지. 모두가 그를 비웃었지만, 당신은 개의치 않았어."
할아버지가 패션의 혁명가라니. 내가 알던 할아버지는 항상 똑같은 회색 바지와 흰 셔츠만 입던 분이었다. 결혼 사진에서도,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그랬다.
"그럼 왜..."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는 서랍을 열어 바랜 사진첩을 꺼냈다. 그 안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핑크색 재킷을 입고 있었고, 할머니는 미니스커트에 플랫폼 슈즈를 신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시대를 앞서간 패션 감각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네 나이였을 때 나를 쫓아냈어." 할머니가 말했다. "옷 때문에, 머리 때문에, 음악 때문에. 너무 해방적이었대." 그녀의 손가락이 사진 위를 어루만졌다. "그래서 네 할아버지와 나는 맹세했지. 우리가 부모가 되면 절대로 우리 아이들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겠다고."
그때 문득 깨달았다. 엄마가 고등학교 때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을 때, 삼촌이 귀걸이를 하고 집에 왔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오버사이즈 코트와 독특한 패턴의 바지에 대해서도 그들은 언제나 "멋지다"라고만 말했다.
"그런데 왜 할아버지는 항상 같은 옷만 입으셨어요?" 내가 물었다.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학교 선생님이 되고 나서... 당신은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 재킷만은 버리지 않았어. 가끔 혼자 있을 때 입곤 했지."
장례식이 끝나고, 나는 할아버지의 핑크색 재킷을 물려받았다. 오늘, 할아버지의 49재를 맞아 나는 그 재킷을 입고 왔다. 엄마는 눈물을 닦으며 웃었고, 할머니는 내 어깨를 꼭 껴안았다. 할아버지가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 자유의 정신이, 이제는 나의 옷깃 위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부모님의 진정한 유산이란, 어쩌면 우리가 세상의 시선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