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속삭임: 호러의 시작
액자 속 부모님의 얼굴이 나를 향해 미소 짓던 그 순간, 나는 그들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어린 시절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지 벌써 15년. 내 마음속에 그들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그 사진 한 장만이 유일한 기억의 증거였다. 작은 원룸에 홀로 살며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내 삶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처음엔 밤중에 들리는 희미한 속삭임이었다. "우리 딸..." 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지만, 방 안은 적막했다. 그날부터 사진 속 부모님의 눈동자가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그들은 나를 보고 있었다.
"네가 보고 싶었어, 우리 딸." 새벽 세 시, 내 귓가에 울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이제는 익숙해졌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부모님이 돌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이 공포를 덮었다. 심리상담사는 이것이 상실에 대한 내 마음의 반응이라고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정말로 돌아오신 것을.
어느 날 밤, 부모님 사진에서 검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만지자 끈적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날 밤 꿈에서 엄마가 말했다. "네가 우리를 잊지 않으면, 우리도 널 잊지 않을 거야."
점점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내가 없는 동안 누군가 집 안을 돌아다닌 흔적. 내 일기장에 낯선 글씨로 적힌 메모들. "우리가 항상 지켜볼게." 도서관에서 일할 때도 책장 사이로 부모님의 얼굴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오늘 밤, 나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사진 뒷면을 뜯어보았다. 그곳에는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우리의 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영원히 함께할 거야."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그들이 내게 말했던 '우리 딸'이 정말 누구를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가족 앨범을 찾아 펼쳤다. 내 어린 시절 사진들 사이에서 낯선 소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신문 스크랩. "교통사고로 가족 잃은 소녀, 행방불명"이라는 헤드라인. 내 사진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 밤, 액자 속 부모님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미소 짓지 않는다. "네가 빼앗은 것처럼, 우린 너를 가져갈 거야."라고 속삭이며, 그들의 손이 천천히 액자 밖으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