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첩: 부모님의 회사 나들이
아버지의 책상서랍에서 발견한 낡은 사진첩은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으로의 입구였다. 바래진 사진 속, 낯선 양복 차림의 젊은 아버지와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어머니가 회사 로비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게 뭐예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사진첩을 내밀자, 아버지의 손이 잠시 허공에서 멈췄다. 어머니는 국그릇을 떨어뜨릴 뻔했다. 공기 중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디서 찾았니?"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낮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제가... 회사를 세웠던 시절이란다." 어머니가 불현듯 입을 열었다. 내 귀를 의심했다. 평생 전업주부였던 어머니가 회사라니.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림테크라고, 당시로서는 꽤 혁신적인 스타트업이었지." 아버지가 사진을 조심스레 넘겼다. "네 어머니가 창업자였어. 내가 공동 설립자고."
식탁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반찬을 집던 젓가락이 그대로 멈췄다. 사진 속 젊은 부모님의 눈빛에서 야망과 희망이 빛났다. 그들의 배경에는 'DreamTech'라는 로고가 선명했다.
"그런데 왜 한 번도..." 질문을 완성하지 못하고 목이 메었다.
"실패했기 때문이지." 어머니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의 모든 것을 걸었던 회사가 망했어. 너를 가졌을 때였단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을 꼭 쥐었다. "네 어머니는 천재였어. 지금으로 말하면 여성 IT 창업가지. 하지만 그때는 시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회사를 잃고 난 후,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기로 했단다. 네게 안정된 환경을 주고 싶었거든."
사진첩을 넘기자 사업계획서, 상장장면, 신문기사가 나왔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폐업 공고문과 함께 내 초음파 사진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부모님..." 내 목소리가 떨렸다.
"후회하지 않아." 어머니가 미소지었다. "우리에겐 너라는 성공작이 있으니까."
그날 밤, 부모님의 옛 사업계획서를 훔쳐보았다. 놀랍게도 어머니가 20년 전에 구상했던 기술은 지금에야 세상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들이었다. 내 전공인 컴퓨터공학과 맞닿아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이 포기한 꿈을 무의식적으로 이어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 날 아침, 부모님 앞에 내 노트북을 펼쳤다. 화면에는 'DreamTech 2.0'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사업계획서가 열려 있었다. 우리 세 사람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만났다. 잠시 후, 어머니가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