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비밀귀신

비밀의 귀신, 귀신의 비밀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깨어났을 때, 그녀는 방 안에 자신 말고 누군가가 더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숨소리도, 발자국 소리도 없었지만, 공기 중에 퍼진 희미한 라일락 향이 그것을 알려주었다. 엄마의 향수 냄새였다. 3년 전 돌아가신 엄마의.

"누구세요?" 소정은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며 속삭였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책상 위에 놓인 일기장이 바스락거리며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누군가가—아니, 무언가가—그녀의 비밀을 읽고 있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달빛에 반사되어 방 안에 흐릿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 그림자 속에서 그녀는 엄마의 실루엣을 보았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형체.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윤곽선만 있을 뿐,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엄마?" 소정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엄마예요?"

그림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기장의 페이지가 다시 넘어갔다. 소정은 어느새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일기장은 두 달 전, 소정이 현관 서랍에서 발견한 엄마의 오래된 반지에 관한 페이지에 펼쳐져 있었다.

"그날 이후로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엄마가 나를 부르는 꿈. 엄마는 항상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반지가 평범한 장신구가 아닌 걸까?"

소정의 손가락이 저절로 서랍을 향해 움직였다. 서랍 깊숙이 숨겨둔 작은 나무 상자, 그 안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반지가 놓여 있었다. 반지를 집어 들자 라일락 향이 더욱 짙어졌다.

"엄마가 원하는 게 이거예요?" 소정이 물었다.

대답 대신, 방 안의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그림자가 소정에게 다가왔다. 차갑고 서늘한 감각이 손목을 감쌌다. 그림자의 손길이 반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소정은 천천히 반지 안쪽을 살폈다. 희미하게 새겨진 글자가 보였다.

"지하실 벽장"

번개가 방을 밝히는 순간, 소정은 그림자 속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간절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소정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날 밤, 가족 모두가 잠든 후 소정은 지하실로 내려갔다. 먼지 쌓인 벽장 문을 열자, 그 안에는 작은 금고가 숨겨져 있었다. 반지의 무늬가 금고의 열쇠처럼 맞물렸다. 금고 안에서 발견한 편지 한 통. 엄마의 필체로 쓰여진 그 편지는 소정의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귀신은 때로 비밀을 간직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돌아온다는 것을 소정은 그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