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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썸타기

사진 속 썸타기: 빛과 그림자 사이

카메라 셔터음이 울리는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의도치 않게 포착된 그 찰나의 미소는 내 캔버스에 영원히 박제되었다. 사진학과 3학년 김준호. 나는 4년째 같은 수업을 듣는 윤서연의 사진을 몰래 찍고 있었다.

"이번 졸업 전시회 주제는 '은밀한 시선'입니다. 여러분만의 관점으로 타인을 관찰하세요." 교수님의 말씀이 내 비밀스러운 취미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저 썸타는 중이라고, 아직 고백할 용기가 없어서라고 나 자신을 속이고 있던 건 아닐까?

폴더 속 서연의 사진들은 이미 천 장을 넘어섰다. 커피숍에서 책을 읽는 모습, 캠퍼스 벤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뛰어가는 뒷모습까지. 모든 각도에서, 모든 표정에서 그녀는 완벽했다. 하지만 한 번도 정면에서 함께 찍은 사진은 없었다.

"그거 졸업 작품 준비해?"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서연이 내 노트북 화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급하게 창을 닫았지만,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설마 알아챈 걸까?

"준호야, 사실 나도 널 찍고 있어." 다음 날, 서연은 자신의 카메라 롤을 내게 보여주었다. 내가 강의실에서 집중하는 모습, 카페에서 사진을 편집하는 순간, 심지어 내가 그녀를 몰래 촬영하는 장면까지. "우리 둘 다 참 답 없네." 그녀가 웃었다.

서로를 향한 은밀한 시선들이 마침내 교차했다. 각자의 카메라에 담긴 상대방의 일상은 말로 건네지 못한 마음의 언어였다. 우리는 사진 속에서 썸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졸업 전시회 날, 나와 서연은 나란히 작품을 걸었다. 내 작품 제목은 '그녀의 모든 순간', 그녀의 작품 제목은 '그가 날 바라볼 때'. 관람객들은 두 작품 사이를 오가며 미소 지었다. 은밀했던 시선들이 이제는 모두의 눈앞에 드러났다.

우리의 첫 공식 사진은 전시회 리셉션에서 찍혔다. 더 이상 렌즈 너머로 서로를 훔쳐보는 게 아니라, 같은 프레임 안에서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날 밤, 서연이 내 손을 잡았다. "이제 우리, 사진 말고 진짜로 만나볼까?"

가끔은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것보다, 직접 눈을 마주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셔터 속도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나는 마침내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썸은 끝났지만, 우리의 사진첩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