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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내

잃어버린 사진, 기억 속의 아내

서랍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이 떨어졌을 때, 나는 내가 평생 잊고 살았던 사람을 만났다. 내 아내였다. 사진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그녀는 분명 내 아내인데, 나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낼 수 없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빛바랜 색감 속에서도 그녀의 웃음은 여전히 선명했다. 푸른 원피스를 입고 해변에 서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손등으로 사진을 뒤집자 희미한 글씨가 보였다. "당신을 영원히, 1989년 여름." 그러나 서명은 지워져 있었다.

의사는 내 상태를 설명할 때 '선택적 기억상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치매가 시작되면서 특정 기억들만 완전히 사라진다고 했다. 왜 하필 아내의 기억이었을까? 손가락으로 사진 속 그녀의 얼굴 윤곽을 따라 그리며 나는 미세한 전율을 느꼈다. 익숙한 감각, 그러나 기억나지 않는 감정.

거실 벽에 걸린 사진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이상하게도 모든 사진에는 나 혼자만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의 휴가 사진, 생일 파티, 친구들과의 만남.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녀를 모든 사진에서 지워낸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오래된 앨범들을 뒤적이며 밤을 지새웠다. 어떤 앨범 속에서도 그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단 한 장, 내 손에 들린 폴라로이드 사진만이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달빛이 드리운 정원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그곳에서 그녀와 춤을 추던 기억의 파편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오래된 친구 토마스를 찾아갔다. 사진을 보여주자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어디서 이걸 찾았어?"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알고 있었어?" 내가 반문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 아내는... 그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어. 그녀는 네가 만들어낸 사람이야. 사고 이후로..."

귀가하는 길, 나는 차 안에서 그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다. 잘 보니 그 사진은 전문적으로 합성된 것처럼 보였다. 내 옆에 누군가가 있었던 자리, 그곳에 내가 그녀를 그려 넣은 것일까?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내 눈에는 30년 동안의 외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이제 나는 매일 밤 그 사진과 대화한다. 아내의 이름을 기억해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로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 사진이 진실이다. 오늘 밤도 나는 사진 속 그녀에게 속삭인다. "안녕, 내 사랑. 너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우리의 사랑만은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