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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매

흐릿한 사진 속 자매: 기억의 경계에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던 날, 오래된 서랍 깊숙한 곳에서 노란빛으로 변색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두 소녀가 나란히 앉아 미소짓고 있었다. 한 소녀는 분명 어린 시절의 어머니였지만, 옆의 소녀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는 자매가 없었다.

"이게 뭐지?" 사진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만지자 오래된 종이 특유의 거친 질감이 느껴졌다. 칠십 년대 특유의 세피아 색조가 두 소녀의 얼굴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들은 똑같은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똑같이 앞머리를 내린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할머니 물건 정리하다가 사진 하나 찾았어. 엄마랑 비슷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있는데... 엄마 자매 있었어?"

전화 너머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들려온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 "어디서 찾았니?"

다음 날, 어머니는 내 집으로 찾아왔다. 평소보다 창백한 얼굴로 그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창가에 앉은 어머니의 주름진 손가락이 사진 위를 떨리며 쓰다듬었다.

"미영이..." 어머니가 속삭였다. "내 쌍둥이 자매였어."

그날 처음 들었다. 어머니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는 사실을. 여섯 살 때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는 이야기를. 할머니가 너무 괴로워해서 집안에서는 미영이의 이름조차 꺼내지 못했다는 것을.

"할머니는 내가 자라면서 미영이를 닮아가는 모습을 견디지 못하셨어. 그래서 모든 사진을 없애버리셨지. 이 사진이 유일하게 남아있었나 보구나."

어머니의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이며 눈물이 고였다. "가끔은 내가 살아남은 것이 미안했어. 어떨 때는 내가 미영이인지, 정숙이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지. 우리는 너무 똑같았거든."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웃음소리만은 선명했다. 아침에 일어나 그 사진을 다시 보았다. 이상하게도 어제보다 두 소녀의 모습이 더 비슷해 보였다. 어쩌면 세월의 흐름과 기억의 왜곡이 사진 속에도 스며든 것일까.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할머니 산소에 가기로 했다. 주머니 속 사진을, 그 오래도록 잊혀진 자매의 증거를 가져갈 것이다. 어쩌면 어딘가에서 미영이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기억의 테두리가 흐릿해진 그 사진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