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생존자와 귀신의 거래
살아있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걸 깨달은 건 정확히 열두 번째 아침이었다. 거리는 비어 있었고, 공기 중에는 썩어가는 도시의 냄새만이 가득했다. 생존은 이제 단지 죽음의 지연에 불과했다. 내가 먹을 것을 찾아 폐허가 된 슈퍼마켓을 뒤지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민수야."
목소리는 귓가에 차갑게 스며들었다. 따뜻한 봄날 갑자기 내리는 우박처럼 부자연스러웠다.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공기 중에는 아직 내 이름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네가 마지막이구나."
그때 그것이 나타났다.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고, 윤곽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본 첫 번째 귀신이었다. 두 눈은 검은 심연처럼 깊었고, 입가에는 미소라고 하기엔 너무 넓게 퍼진 균열이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니?" 귀신이 물었다. 목소리는 물 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고 울렸다.
나는 대답 대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캔 식품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적막한 슈퍼마켓에 메아리쳤다.
"왜 도망가? 너만 살아남았어. 모두 떠났어. 너만 빼고." 귀신은 천천히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들은 이제 우리 편이야. 하지만 너는 아직... 살아있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열두 번의 아침 동안 내가 본 것들, 들은 것들이 이제야 의미를 가졌다. 창문에 비친 그림자들, 밤중에 들리는 속삭임,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차가운 공기. 그들은 언제나 내 주변에 있었다.
"제안이 있어," 귀신이 말했다. "네가 가진 것과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바꾸자."
"내가... 뭘 가지고 있는데?" 내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생명. 따뜻한 피. 심장 박동. 네가 그것을 나에게 주면, 나는 너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왜 모든 것이 이렇게 됐는지."
나는 단 한 번도 생존이 이렇게 무가치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무게는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귀신이 약속한 진실은... 너무 유혹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돼?" 내가 물었다.
귀신의 미소가 더 넓어졌다. "그냥 손을 내밀기만 하면 돼."
내 손이 그것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 있어요? 도와드릴까요?"
나는 손을 멈췄다. 귀신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안 돼! 네 손을 내밀어!"
하지만 이미 늦었다. 슈퍼마켓 입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 두 번째 생존자.
귀신은 내 앞에서 서서히 사라지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너는 마지막이 아니었어, 민수야. 그리고 우리는 항상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는 그날 밤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폐허 사이로 무수한 흐릿한 형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 생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것이 귀신들의 존재보다 더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