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보드게임: 마지막 주사위
"당신의 차례입니다." 테이블 건너편에서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지만, 눈빛은 내가 지금 던질 주사위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이 지하 벙커에 갇힌 지 벌써 73일째. 바깥세상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다. 통신은 모두 끊겼고, 우리에게 남은 건 서로와 이 끝나지 않는 보드게임뿐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오락이었다. 지금은 생존을 위한 의식이 되었다.
주사위를 손에 쥐자 차가운 플라스틱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이제 이 육면체는 단순한 게임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탁이 되었다. 6이 나오면 오늘의 마지막 식량 배급은 내 것이 된다. 1이 나오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벙커에 들어온 첫날, 우리는 일곱 명이었다. 모두 낯선 사람들. 재난 대피 훈련 중에 실제 경보가 울렸고, 문이 잠겨버렸다. 지금은 셋만 남았다. 다른 넷은 식량 분배를 두고 벌어진 싸움에서, 또는 절망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사위를 굴리기 전, 게임 보드 위에 놓인 말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말에 이름을 붙였다. 내 말은 '희망'이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 가짜 세계에서 나는 점점 진짜 세상으로 돌아갈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그가 다시 말했다. 벙커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전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주사위를 던졌다. 테이블 위를 구르는 소리가 벙커 안을 메아리쳤다. 나는 숨을 참았다. 그도,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마지막 생존자도 마찬가지였다.
주사위가 멈췄다. 위를 향한 면에는 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작게, 그리고 점점 커져 히스테리 상태가 되었다. 그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맞을지도 모른다.
"축하해." 나는 마지막 식량 패키지를 그에게 밀어주며 말했다. "당신이 이겼어."
그때, 오랫동안 침묵하던 벙커의 통신 시스템에서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셋은 얼어붙었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생존자 여러분, 구조대입니다. 10분 후 문을 개방하겠습니다."
나는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점 하나. 가장 낮은 숫자. 가장 큰 패배. 그러나 이제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승자였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패자였는지도 모른다. 바깥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이제부터 시작될 새로운 게임이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