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소개팅귀신

소개팅의 귀신: 그날 밤의 예상치 못한 만남

"네가 소개해준 그 사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아." 정현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일주일 전, 나는 정현에게 소개팅을 주선했다. 내 대학 선배의 동생인 서연은 웃는 모습이 예쁜 여자였다. 카페에서 마주 앉은 두 사람의 사진을 받았을 때, 나는 이번엔 성공할 거라고 확신했다. 정현의 "잘 됐어, 고마워"라는 문자가 그 증거였다.

그런데 지금 정현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카페 CCTV를 확인해봤어. 내 앞에 아무도 없었어."

정현의 휴대폰 화면에는 확실히 그가 테이블 앞에 앉아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CCTV 영상에서는 정현이 홀로 허공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그럴 리가 없어. 서연이는 분명히 실존하는 사람이야. 사진도 있잖아."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 사진 좀 보여줘." 정현이 손을 내밀었다.

내 휴대폰 갤러리를 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받았던 사진은 온데간데없었다. 정현이 보낸 메시지함도 열어보았지만, '잘 됐어, 고마워'라는 문자도 사라져 있었다.

"이게 무슨..." 손이 떨려왔다.

"알아봤어. 3년 전 그 카페에서 서연이라는 여자가 죽었대. 자신의 소개팅 상대가 나타나지 않자 실망해서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정현의 눈에서 공포가 느껴졌다.

갑자기 내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없음. 받자마자 들려온 것은 낯익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오빠, 소개팅 정말 고마워요. 정현 오빠랑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다음 주에 또 만나기로 했어요."

차가운 공기가 내 등을 타고 흘렀다. 통화가 끊기자마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현과 서연이 함께 찍은 새로운 사진이었다. 정현의 표정은 공허했고, 서연의 미소는 이상하게 넓었다.

"오늘 저녁에 또 만나기로 했어." 정현이 텅 빈 눈으로 말했다. "가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가고 싶어져."

그날 밤 이후, 나는 정현에게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의 SNS도 갑자기 사라졌다. 일주일 후, 우연히 들른 그 카페의 벽에 걸린 사진 속에서 익숙한 얼굴 둘을 발견했다. 서연과 정현이 나란히 웃고 있었다. 사진 아래 작은 글씨로 "3년 전 오늘, 이곳에서 영원한 사랑을 찾은 두 사람을 기억하며"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또 다른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 소개팅 좀 주선해줄래? 너는 항상 좋은 인연을 만들어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