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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드라마

소개팅 드라마: 우리가 만든 시나리오

그녀는 열한 번째 소개팅에서도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카페의 낮은 재즈 선율이 민지의 불안한 심장박동과 어울리지 않게 느릿하게 흘렀다. 아메리카노 표면에 맺힌 작은 거품들이 하나둘 터지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했다. 33분. 약속 시간보다 정확히 3분 늦었다. 민지는 이미 각본을 짰다. 5분 더 기다린 후, "급한 일이 생겼네요, 다음에 봐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혹시 박민지 씨?"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을 때, 민지는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마주했다. 그의 셔츠에는 커피 얼룩이 선명했고, 한쪽 신발 끈은 풀어져 있었다. 완벽하게 세팅된 소개팅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같지 않았다.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길에서 할머니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모셔다 드리느라..." 그의 말에 민지는 믿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온라인 연애 조언 포럼에서 '늦은 남자가 하는 가장 흔한 거짓말 TOP 5'에 꼭 들어있는 변명이었으니까.

"증거 있어요?" 민지의 날카로운 질문에 그는 당황하는 대신 휴대폰을 꺼냈다. 구급차 도착 전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하는 영상과 병원 접수증. 민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전... 정말 미안해요. 요즘 소개팅에서 너무 많은 드라마를 겪다 보니..."

그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나도 마음의 각본을 써왔거든요. '이 사람이 내 지각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바로 자리를 뜨자'라고요."

민지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각자 예상했던 소개팅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가 커피를 쏟았을 때 도망칠 계획이었다는 민지의 고백에, 그는 자신이 실제로 커피를 쏟은 이유가 긴장해서였다고 털어놓았다.

세 시간이 흘렀다. 그들은 각자가 만들어온 완벽한 소개팅 드라마 대본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진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도, 과장된 웃음소리도 없었다.

헤어질 때, 그가 물었다. "다음 회차는 어떤 드라마를 쓸까요?"

민지는 미소 지었다. "대본 없이 해볼까요?" 그렇게 그들은 처음으로 각본 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때로는 가장 완벽한 드라마는 아무도 쓰지 않은 것임을, 그날 밤 민지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