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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부모님

소개팅의 그림자: 부모님이 알아서는 안 될 이야기

"내일 소개팅하는 그 남자, 사실 네 아버지의 회사 후배야." 어머니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티스푼이 바닥에 떨어졌다. 청각이 먼저 무너지고, 그다음은 시각이었다. 세상이 흐릿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6개월 전, 아버지 회사의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만난 남자와 몰래 연애 중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후배였고, 회사 내 연애가 금지된 상황에서 우리는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직장을 다니지만 여전히 연애에 서툴다고 생각했는지, 끊임없이 소개팅을 주선했고, 마침내 나는 "딱 한 번만"이라는 조건으로 승낙했다.

그리고 지금, 내일의 소개팅 상대가 바로 내 남자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연인가, 운명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계산된 수작인가.

"그 친구, 너한테 딱 맞을 것 같아. 아버지가 직접 골랐어." 어머니의 목소리에서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내 표정이 굳어가는 것도 모른 채, 어머니는 계속해서 그의 좋은 점들을 열거했다. 아버지가 그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

화장실로 달려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소개팅 온다면서?" 내 목소리는 떨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나... 나도 방금 알았어. 이사님이... 아니, 장인어른이 될 분이..."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웃었다.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어쩌면 이것이 우리 관계를 공식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팅을 가장한 '우연한' 만남. 그런데 왜 가슴이 이렇게 불안한 걸까.

다음 날, 우리는 예정대로 만났다. 그는 평소보다 더 긴장한 모습으로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어색한 인사를 나눈 우리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 소개팅, 사실..." 내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레스토랑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왔구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내가 봤을 때 우리 딸하고 너는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런데 사실... 너희 둘이 벌써 만나고 있다는 거, 난 다 알고 있었어."

순간, 나와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아버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회사 CCTV에 너희가 얼마나 많이 찍혔는지 몰라. 그런데 우리 딸이 좋아하는 남자라면, 이렇게 제대로 만나보고 싶었어."

어머니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줄 알았니? 부모 마음은 다 알아, 다 알아."

그날 저녁, 우리는 네 사람이 함께 식사를 했다. 비밀이라고 생각했던 연애가 사실은 아버지의 따뜻한 축복 아래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때로는 숨기려 했던 비밀이, 사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미 보여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아버지가 내 귀에 속삭였다. "다음부턴 CCTV 사각지대를 찾아봐."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의 눈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멀리, 더 깊이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