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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아내

소개팅의 아내: 우연한 필연

내 아내는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가 아니다. 그렇게 믿고 살았다. 5년 동안.

처음 그녀를 카페에서 마주했을 때, 나는 그녀의 왼쪽 눈썹 위 작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내게 물었다. "혹시... 소개팅 상대세요?"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 그냥 커피 마시러 왔어요." 그녀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고, 나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30분만 기다려볼게요. 안 오시면..."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윈도우 너머로 가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모카 향이 공간을 채우는 동안, 나는 그녀의 긴장감이 잦아드는 것을 지켜봤다. 그녀의 손가락이 카페라테 잔 테두리를 따라 원을 그렸다. 45분이 지났을 때,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챙겼다.

"제가 그 사람이 되어드릴까요?"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나조차 놀랐다. 그렇게 우리의 첫 데이트는 누군가의 부재로 시작되었다. 석 달 후, 우리는 결혼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인생의 태풍이 되었다.

어젯밤, 그녀의 핸드폰에서 우연히 발견한 5년 전 카카오톡 대화. "내일 소개팅인데, 혹시 그 남자 지나가면 사진 좀 찍어서 보내줘. 진짜 만나볼 만한지 결정할게." 대화 상대는 그녀의 대학 친구 은주. 첨부된 사진에는 내가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건물 앞에 서 있는 내 모습. 그날 그 카페를 선택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여보, 나 회사 갈게." 아침 식탁에서 그녀가 말했다. 평소와 같은 목소리, 같은 향수 냄새, 같은 미소. 하지만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오늘 일찍 들어올게요." 내 대답에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카페에 들렀다. 같은 자리,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녀가 진실을 말했다면, 우리는 만나지 않았을까? 그녀의 계획된 우연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까?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었다. "늦었네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그렇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날 선택해줘서."

때로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다시 한번 처음 만난 그 순간으로 돌아가, 서로를 새롭게 소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