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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여행

여행 같은 소개팅: 낯선 곳에서 만난 우리

오늘의 소개팅은 여행과 같았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과정은 알 수 없는 그런 여정. 강릉행 KTX에서 마주 앉은 그녀는 내가 소개받기로 한 사람이 아니었다.

"혹시... 김민수 씨세요?"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보다 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내 이름을 아는 낯선 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날릴 것만 같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네, 그런데 어떻게..."

"저는 이수연이에요. 오늘 소개팅 상대... 아, 하지만 약속 장소는 강릉 카페 아니었나요?"

세상에. 우리는 같은 KTX에 우연히 마주앉은 것이었다. 운명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진부한, 그러나 소설 같은 시작이었다.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어색한 침묵을 채웠다.

"이왕 만났으니 기차에서 소개팅을 시작해볼까요?" 내가 제안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차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처럼 맑았다. 우리는 기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그녀는 여행 에세이 작가였고, 나는 건축사진가였다. 공간을 사랑한다는 점이 우리의 첫 번째 공통점이었다.

"사진으로 남기는 공간과 글로 남기는 공간, 어느 쪽이 더 영원할까요?" 그녀가 물었다.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나는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대신 기억 속에 새겼다.

강릉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예약된 카페 대신 즉흥적으로 해변으로 향했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우리는 마치 오래된 여행 동반자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주문한 어묵의 매운 향이 바닷바람과 섞여 특별한 향기를 만들어냈다.

"사실 이번 소개팅, 별 기대 없이 왔어요. 지금까지 다섯 번의 소개팅 모두 실패했거든요." 그녀가 고백했다.

"저도요. 여섯 번째였네요, 이번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의 웃음 뒤에는 각자의 상처가 숨겨져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사실 전 다음 주에 호주로 떠나요. 1년 워킹홀리데이로요."

파도 소리가 갑자기 커진 것 같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이 정해진 여행 같은 소개팅.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슬프지 않았다.

"그럼 우리 오늘부터 일주일, 매일 다른 곳으로 여행하면서 만날까요? 당신의 출국 전까지."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일주일 소개팅 여행이요? 미쳤군요, 완전히."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계획된 순간보다 즉흥적인 결정들이더라고요."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작고 따뜻했다. 일주일 후 그녀는 떠났지만, 우리는 지금도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일기처럼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가끔은 짧은 여행이 평생의 여정이 되기도 한다.